◀앵커▶
한 보험사가 자동차 보험사기 일당에게 그동안 받아 간 보험금을 달라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그런데 엉뚱한 사람에게 소송을 제기해 한 20대 남성이 영문도 모른 채 범죄자 취급을 당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권윤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권윤수 기자▶
대구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이 보낸 서류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 보험사가 자신에게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소장이었습니다.
2016년 8월, 자신이 남성 2명과 짜고 자동차 보험 사기를 벌여 보험금을 타 갔으니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의 주민등록 초본과 또 다른 피고인 2명의 초본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소장에 나온 피고인 중 1명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 맞았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2명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물론 범행을 저지른 적도 없습니다.
◀인터뷰▶A 씨/피해자
"제가 알지 못하는 범죄가 정말 있나라는 생각도 처음에 들었고, 당황하고 어이없고 좀 무섭기도 했던 것 같아요."
A 씨는 보험사에 따져 물었습니다.
보험사는 처음엔 법원이 서류를 잘못 보낸 것이라며 법원으로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법원은 보험사가 떼 준 서류를 보내기만 했다며 다시 책임을 보험사로 넘겼습니다.
수 차례 항의 끝에 결국 보험사 잘못이 드러났습니다.
소장과 함께 들어 있는 과거 재판 기록, 그러니까 보험 사기에 관한 형사 재판 판결문입니다.
2018년 2월 수원지방법원이 내린 판결문에는 사기를 저지른 사람이 96년 10월생 A 씨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A 씨는 생일 날짜는 같지만 96년이 아닌 94년 10월생입니다.
보험사가 엉뚱하게도 동명이인에게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인터뷰▶보험사 채권 담당 직원
"저희가 확인했더니 주민번호 오류가 돼서 잘못 송달이 된 것 같아요."
A 씨가 5년 전, 단 2주 동안 이 보험사의 여행자 보험에 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보험 사기와 연관된 동명이인과 A씨를 착각한 것입니다.
결국 보험사는 잘못을 인정하며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 가입일로부터 8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고, 소송에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한 피해를 입고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소장이 보내진 다른 피고인 2명에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등록 초본이 송달돼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A 씨/피해자
"초본을 제 동의없이 함부로 누가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더군다나 제 개인정보가 범죄자한테 넘어갔다는 사실도 무섭기도 하고.."
서울중앙지법은 여러 명을 상대로 한 공동 소송의 경우, 모든 피고에게 개인정보를 포함한 소장 전체를 원본 그대로 보내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보험사는 다른 피고인에게 A 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말고 폐기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권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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