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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의 한..."국가가 사과해야"

도건협 기자 입력 2021-10-01 17:11:26 조회수 0

◀앵커▶
대구 10월항쟁 75주기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 71주기를 맞아 합동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불법적인 국가 폭력의 피해자면서도 오랜 세월 주위의 편견과 연좌제에 시달렸던 유족들은 이제는 국가가 공식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도건협 기잡니다.

◀도건협 기자▶
71년 전, 청도 전매서에 근무하던 이상태씨의 아버지는 밤에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끌려갔습니다.

좌익으로 알려진 친구를 도왔다는 누명을 쓴 겁니다.

◀인터뷰▶이상태/76살,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
"(할머니가) 트럭에 태워가는 걸 뒤따라 가니까 성하골(학살지)이 거기서 4킬로미터 정도 돼요. 골짜기. 가니까 거의 다 (사살돼) 쓰러져가지고 아들 찾는다고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고..."

마을에서 수재로 손 꼽히던 아버지가 좌익으로 몰려 학살당한 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인터뷰▶이상태/76살,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
"지금도 누워서 잠이 퍼뜩 안 오고 하마 옛날 지나온 살아온 생각하면 눈물이 막 자신도 모르게..."

합동위령제에 모인 유족들은 이처럼 저마다 가슴 속에 아픈 사연을 품고 오랜 세월을 숨죽이며 살아왔습니다.

◀강호재▶/유족
"부모 처자 친척에게 작별인사 못하고서 굴비처럼 끌려가서 오십년 경인 9월 이 산골에 학살되니 억울하고 원통하다."

도건협]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로 이곳 가창골을 비롯해 대구 경북에서 3만 명가량이 재판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경찰과 군인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 건 지난 2005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이후입니다.

짧은 활동 기간 등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이 났지만, 위원회의 권고는 실현된 게 거의 없습니다.

위령탑 하나 세우는 데도 10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채영희/10월항쟁유족회장
"이 나라에서 아직까지 3등 국민으로 살고 있는 그런 기분입니다. (진실 규명이) 안 되고 있어요. 이 문제가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재출범해추가 진실 규명 기회가 열렸습니다.

유족들은 국가 폭력 희생자의 억울함을 푸는데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기한 없이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시키고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MBC뉴스 도건협입니다.(영상취재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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