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단법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지역 벤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1년 문을 열었습니다.
중앙 정부와 대구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벤처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 벤처 업체들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받은 수 억원을 마음대로 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오히려 시의회 몰래 세금으로 이 돈을 메꿔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했습니다.
윤영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영균 기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2013년부터 5년 동안 "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의 임대료와 관리비 8억4천만 원을 대구시 예산으로 건물주에 지급했습니다. 이후 입주 기업들로부터 관리비 1억5천만 원을 되돌려 받아 9천만 원을 마음대로 썼습니다. 돌려받은 관리비는 대구시 승인을 받아 사용해야하는데 승인 없이 사용한 겁니다"
"진흥원 산하 스마트상용화지원센터로부터도 같은 방법으로 1억7천만 원을 받아 대구시 승인 없이 사용했습니다"
모두 운영 경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입증할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유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운영비라는 게, 시설 운영에 대한 수익금으로 들어와서 그것이 저희 전체 운영비에 포함이 되어서 지출이 되기 때문에 이 사업에 꼭지(항목)당 뭐, 뭐 이렇게 해서 나가진 않았다는 거죠"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의 대처는 더욱 문제입니다.
대구시는 2018년 이 사실을 적발하고 디지털산업진흥원에 환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산업진흥원은 시간만 끌었고 대구시는 결국 2020년 세금으로 구멍난 예산을 메꿔줬습니다.
당초 잡혀있지 않았던 운영비 6억원을 디지털산업진흥원 예산으로 갑자기 책정해 준 겁니다.
◀하병문▶대구시의원/대구시의회 제278회 임시회(2020년10월12일)
"지난 번에도 몇 번 얘기했는데 지금 운영비 지원하는 건 처음이지요?"
◀백동현▶당시 대구시 혁신성장국장
"좀 전문적이기는 합니다마는 문체부 사업은 대체로 간접비라고 하는 게 적용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간접비를 가지고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행정인력, 지원인력이라든가 일반운영비를 쓰는데 간접비가 안 나오다 보니까 거기서 좀 적자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고요"
예산이 구멍났지만 근거 자료가 없어 소명하지 못 하자 대구시의회를 속이고 예산 승인을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배지숙 대구시의원
"운영비 6억을 (대구시의회로부터) 승인받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6억 중에서 2억 6천590여만 원을 메꾸겠다는 자기들끼리의 변경된 승인을 해 버린 겁니다. 특별손실금으로. 제가 지금 의원 생활 십여 년을 하면서 예산을 가지고 이렇게 기만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입니다.
디지털산업진흥원이 부적절하게 사용한 돈, 대구시가 슬그머니 메워준 돈 모두 세금입니다.
그런데도 관련자 13명은 주의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수억 원의 예산이 사라졌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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