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대구시 구·군 8곳의 예산은 모두 7조 2,544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천억 원 이상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예산 지출이 필요한 시기인데요. 주민들이 이 금액만큼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영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영균 기자▶
한 해 예산 중 집행하지 않은 금액을 순세계잉여금이라고 합니다. 대구시 구군 8곳의 순세계잉여금은 4천95억 원이나 됩니다. 전체 예산의 5.6%, 대구 시민 한 명에게 16만8천 원씩 지급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각 구·군 금고에 묵힌 금액은 동구가 840억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달성군과 북구, 달서구 등의 순으로 평균 512억 원이었습니다.
전체 예산에서의 비중은 동구가 8%로 가장 많았고, 달서구가 3.7%로 가장 적었습니다. 지난해 대구시의 순세계잉여금도 4천458억 원이나 됩니다. 대구시와 구·군청을 합하면 8천 5백억원을 넘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남은 예산은 다음 해 예산으로 넘겨서 쓰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대구 00구(군)청 담당자
"굳이, 꼭, 정말 급하게 쓰일 돈이 필요하다면 그 돈을 필요에 의해서 쓰고, 그 돈이 쓰고 남으면 그다음 연도에 순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고요"
하지만 남은 예산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는 불가능합니다. 매년 비슷한 비율로 걷힌 세금이 남는 만큼 처음부터 계획을 잘못 세워 정작 필요한 곳에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조광현/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개 추가 경정 예산에 편성이 되는데 대개 본 예산에 편성되지 못하는 낭비성 사업이라든가 단체장의 어떤 공약이라든가 그런 쪽에 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자체를 엄밀하게 보면 예산 낭비에 해당할 수도 있는 거고"
(윤영균)"특히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예산 지출이 필요할 때 4천억이 넘는 돈을 묵혀두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는 '남는 세금 돌려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조례'를 만들어 주민 투표를 통해 구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한편,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황순규/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선출된 권력인 자치단체장이 계획을 우선해서 세우는 건 맞지만 그 해 쓰지 못하고 남은 예산 같은 경우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합당하지 않냐라는 생각입니다"
대구지역 지자체들의 전향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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