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미의 한 제조업체에서 직장내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회사는 자체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는데요,
하지만 피해자들은 회사가 가해자를 두둔하고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손은민 기자▶
구미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A 씨는 지난 4월, 부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조장에게 욕설을 듣고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된 상황을 털어놓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면담을 하러간 자리에서 A씨는 부서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A 씨
"면담 도중 (허벅지와 팔 등) 불필요한 신체 접 촉을 했고, 며칠 뒤 일하는 현장으로 찾아와 갑질을 하며 제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게.."
같은 날 부서장과 면담했던 B 씨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두 사람은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회사는 내부 관리직 3명으로 구성된 고충처리위원회에 조사를 맡겼습니다.
더 큰 피해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고충처리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한다며 피해자들이 근무 중인 작업장에 캠코더를 들고 불쑥 찾아온 겁니다.
◀인터뷰▶B 씨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추행 행위에 대해 재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제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당시의 기억이 나서 너무나 수치스럽고 심적으로 힘들고.."
생각하기조차 싫은 당시 상황을 추궁 당하듯 계속 진술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회사는 '성추행은 없었다'고 결론냈습니다.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추행한 적 없다는 부서장의 주장이 일관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오히려 부서장은 A 씨와 B 씨, 또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한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노조는 회사의 잘못된 대처가 2차 가해를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한 현행 남녀고용평등법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배태선/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
"어떤 기업이 자기 사업장에서 벌어진 직위를 이용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성희롱 사건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이 법이 사업주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법안이라고 생각하고요."
회사 측은 노동청의 자문을 구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김인현/KEC 노사협력그룹장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 현장조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실제로 맞지 않다."
피해자들은 회사측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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