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몇 년 전부터 안동 한 대형 카페가 유명 예술 작품을 표절한 벽화를 전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는데요.
최근 법원이 카페 업주와 벽화를 그린 화가에게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한 뒤 집행은 유예했습니다.
◀기자▶
지난 2022년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등 뒤로 총천연색의 웅장한 호랑이 작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푸른색 사진예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고상우 작가의 멸종위기동물 연작 중 하나인 '운명'입니다.
◀고상우 작가 지난 2022년 인터뷰(사비나미술관)▶
"호랑이, 표범과 같이 노란색 피부를 가져서 제가 반전했을 때 푸른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그런데 몇 달 뒤인 같은 해 10월, 안동시 외곽에 개업한 한 대규모 카페의 건물 내벽에도 대형 호랑이 벽화가 걸렸습니다.
민화 형식의 호랑이와 까치 그림을 제외하면 정면을 바라보는 황금색 눈동자,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죽과 검은 줄무늬 형태 등..일견 고 작가의 작품을 연상케 합니다.
경북 유명 식품기업을 운영하는 카페 대표가 지역 예술단체 대표인 화가에게 의뢰비 2천 6백만 원을 지불해 제작한 그림입니다.
◀고상우 작가▶
"(2022년)7월에 이메일이 한 통 왔었습니다. 카페를 준비하고 있는데 벽화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제가 그때 '저작권료를 내고 그리든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 원작을 변형해서 그리는 것도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사용하지 않겠거니 했는데 안동 시민들의 제보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의 저작권이 안동에서 침해되고 있습니다'라는.."잇딴 제보에, 고 작가는 '저작권을 침해한 벽화 전시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저작권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카페 측은 현재까지도 벽화를 계속 전시하고 있고, 손님들의 촬영명소 등 주요 홍보수단으로도 벽화를 활용해 왔습니다.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갔습니다.
최근 진행된 1심에선 벽화를 의뢰한 카페 대표와 의뢰를 받아 벽화를 그린 화가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손영언 판사는 "벽화의 주된 부분과 표현방식 등을 보면 벽화와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저작권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키고 수익 창출 기회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죄책이 중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고상우 작가▶
"앞으로 미래의 창작자의 꿈을 펼쳐 나갈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선례를 만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원 저작물과 벽화 사이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고, 저작권법위반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례적입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의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서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나온 걸 봐서는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도 그대로 모방하는 관행에 대해서 경종을(울리는 판결로 생각됩니다.)"
카페 대표와 화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두 사람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다만 카페 대표는 모방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화가는 벽화의 구도와 내용, 형식이 다르며 저작권 침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CG 도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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