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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30대 아들 2천 대 때려 살해한 비정한 50대 어머니


 2020년 8월 28일 오후 4시 30분쯤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의 한 사찰의 차방에서 56살 A 씨는 아들 36살 B 씨를 꾸짖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아들에게 절에서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킨 점을 지적하며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A 씨의 말을 수긍하지 않고 불손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들의 이런 태도에 A 씨는 화가 나 사찰 주지에게서 건네받은 길이 1미터, 지름 2.4cm 정도의 대나무 막대기로 아들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있던 아들을 향한 매질은 이어졌습니다.

 오후 5시 5분쯤 아들은 앞으로 쓰러졌지만 분을 참지 못한 A 씨는 다시 일으켜 세워 무릎을 꿇린 채 계속 대나무 막대기로 때렸고 횟수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아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차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A 씨는 다시 아들의 몸을 잡아 앉힌 뒤 다시 매질을 계속했습니다. 아들은 절하는 자세로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매질을 당했습니다. 오후 7시 4분쯤 아들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습니다. 아들은 150분 동안 어머니로부터 대나무 막대기와 발 등으로 2,167 차례나 맞았습니다.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아들은 3시간 뒤 끝내 숨졌습니다. B 씨는 부검 결과 '속발성 쇼크' 및 '좌멸 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근세포가 파괴되면서 여러 물질들이 혈관을 막거나 혈류를 따라 이동해서 심장과 콩팥 또는 폐를 막는 색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복합돼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좌멸 증후군은 무거운 물건에 오랫동안 깔린 사람의 경우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는데 이때 죽은 세포에서 칼슘, 미오글로빈 단백질 등 독소가 생성됩니다. 그러나 혈액순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므로 독소가 몸으로 퍼지지 않지만 원인 물질을 갑자기 제거하면 독소가 온몸을 타고 퍼지게 되며 급성신부전, 부정맥을 유발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부검 결과로 볼 때 B 씨는 어머니인 A 씨의 장시간 폭행 때문에 숨진 것입니다.

왜 아들을 죽을 때까지 2천 번 넘게 때렸나?

 A 씨는 2012년부터 사건이 발생한 사찰의 신도로 지내 왔습니다. 숨진 아들 역시 신도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4년 동안 과락을 하는 등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2020년 6월 15일부터 이 사찰에서 묵으며 아들 B씨가 출가를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사찰 주지는 B씨에게 "절에 들어오지 않고 사회에 있었으면 곧 병으로 죽었을 것"이라면서 치료를 약속했습니다. B 씨는 이렇게 해서 이 사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2020년 6월 20일쯤 B 씨는 친구에게 “이 종파는 극한 테스트를 폭력으로 테스트한다.”라고 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찰 안에서 승려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7월 중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A 씨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빼앗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7월 하순 아들은 어머니와 주지의 불륜을 주장하며 외부에 알리겠다고 말했고 8월 하순에는 집으로 돌아가서 터뜨리겠다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이 사찰의 남자 신도로부터 폭행을 당해 팔과 다리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찰 “사찰의 내부 문제 폭로되는 것 막기 위해 범행”···살인죄 적용 기소

 검찰의 기소장에서 "사찰 주지는 B 씨와의 갈등은 물론 사찰 내부인들 간 영적인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한 폭행과 나체 상태의 종교적 의식과 같은 사실이 외부로 폭로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단념케 할 필요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주지는 피해자 B 씨로 하여금 ‘외부에 폭로하려고 한 내용은 모두 허구이고 오히려 가족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거나 사찰의 여신도를 보고 자위행위를 하고 성폭행하려고 모의하는 비행을 일삼았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자백하게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A 씨도 이에 가담하기로 했다고 봤습니다.

 아들 B 씨는 2020년 7월 중순부터 8월 27일 사이에 5차례에 걸쳐 자신의 비행에 대해 허위 자백을 강요받아 자술서를 썼습니다. 끔찍한 비극은 마지막 자술서를 받은 다음날에 일어났습니다. 검찰은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또한 "A 씨가 범행 원인을 죽은 아들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조사 결과 감정과 분노 조절과 관련된 상담 또는 약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점을 종합하면 재범할 위험이 있으므로 보호관찰 명령 및 준수사항 부과가 필요하다"라며 보호관찰 명령 청구를 했습니다.


법원 “살인의 고의성이 없어 상해치사 죄 적용···징역 7년 선고”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어머니 A 씨에 대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징역 7년을 선고했고 함께 청구된 피보호 관찰 명령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A 씨가 아들을 죽일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봤고 체벌로 훈육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피해자를 폭행하다가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고 사망의 결과를 예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 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자신이 가족 중 유일하게 피해자를 감싸며 보살펴왔고 초범인 데다 유족 중 피해자의 형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선고형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원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1부도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어머니는 왜 이렇게 비정했을까?

 A 씨는 아들을 150분 동안 쉬지 않고 2천 번이 넘도록 매질을 해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 부분이 이 사건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피해자의 형은 "평소에 피해자가 사고를 치면 아버지는 나무라는 입장이셨지만 항상 어머니는 아픈 손가락으로 생각하고 늘 감싸고 보듬어 주는 입장으로 모자 간 사이가 좋다."라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사찰에 들어가 출가를 준비한 점도 이런 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천륜을 끊고 어머니가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80회'는 사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당일 사찰 주지가 아내에게 전화했다"면서 "사찰 때문에 아내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주지 스님이라 하는 사람한테 전화가 와서 계속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거기서 그런 지령을 받아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 A 씨는 “얘 하나 때문에 절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데려가라고 그러셨거든요. 그 스님이.”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마음이 조급해서 스님에게 사과를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따라주지 않았고 그래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얘기했습니다. 맞은 아들이 의식이 있었고 쇼를 하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지, 주지 아내 억울함 호소 "사찰 둘러싼 폭행, 성관련 의혹 모두 거짓"

 검찰이 사찰을 압수 수색한 직후 주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으로 유언을 남긴 주지는 자신은 절대 B 씨의 죽음과 관련이 없는데 검찰이 사생활까지 건드렸다고 억울해 했다고 합니다. 주지의 아내는 “우리 절에는 아무 사실에 대한 근거도 없고 CCTV가 그날 녹화한 거 그대로 다 있습니다. 우리가 뭐 시키고 그런 것도 없고 공소장에 뭐 성 비위를 써 놨는데 거짓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찰을 둘러싼 폭행과 성 관련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주지의 아내는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부부 관계를 맺을 때 촛불을 켜두었을 뿐으로 승려 신분을 떠난 사생활에 불과함에도 ‘나체 상태 종교 의식’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B 씨가 생전에 주장했던 나체 상태 종교 의식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이 사찰의 비밀을 잘 안다는 제보자가 나타났습니다. 약 8년 동안 문제의 사찰에 다녔다는 이 제보자는 피해자가 자신과 비슷한 일을 당한 것 같다며 자신도 비슷한 각서(자술서)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제보자 "그곳에서는 폭력이 일상화···나도 비슷한 일 당해"

 그곳에서는 폭력이 일상화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맞아서 두세 번이나 정신을 잃었던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찰에 생활하던 중 당한 폭력은 제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런 폭력은 다른 신도들에게도 가해졌다고 합니다. 그는 “(다른 신도를) 혼내다가 좀 폭력도 쓰고 그런 걸 몇 번 봤어요. 그 주지가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다 그냥 보고 있었어요. 그 혼나는 사람한테 네가 잘못한 거다. 약간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피해자 B 씨가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린 ‘이 종파는 극한 테스트를 폭력으로 테스트한다’는 내용과 일치하는 상황입니다.

 가족들이 사찰을 나온 뒤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3년 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어떤 이유에서 인지 갑자기 제보자의 누나가 그 사찰에 들어가 생활하기 시작했고 2019년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스님이) 저 보고 누나 속옷 같은 걸로 욕구 해소하지? 이런 걸 말하다가 ‘네 누나한테 사정 한 적 있지?’ 이천 번인가 제가 그랬다는 거예요.” 주지는 자신이 누나에게 음란한 행위를 했다고 몰아세우기 시작했고 부인하면 혼나고 폭력도 당하고, 여자 신도들한테도 맞았었고 주지란 사람에게도 맞았고 아빠한테도 맞았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신이 했다고 하면 더는 안 때릴 줄 알고 인정하고 계속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카페로 가서 아빠가 쓰라는 대로 각서를 썼다고 합니다. 사망한 피해자도 자신과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 A 씨는 “ (아들의 음란 행위는) 절에서 확인했겠죠. 보살님들이나 큰 스님들이 확인하시겠죠, 그거까지는(잘 몰라요.) 그 얘기는 보살님(주지의 아내)에게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남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우리끼리 다 아는 내용이니까 수월하게 정리된 것 같아요"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패턴이 피해자 사건과 제보자 사건이 너무 비슷해요. 그럼 이건 계획된 건 아닐까. 같은 사람이 기획했기 때문에 패턴이 같은 건 아닐까? 알맹이가 너무 비슷하고 그런데 이 두 사건의 맨 꼭대기에 두 사람(스님, 아내)이 있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주지의 아내는 A 씨와 통화에서 ”통화하고 녹음 돼 있는 거 싹 다 지우고 있습니까? 혹시나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지와 그의 아내는 사건 발생 이후 많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A 씨와 통화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암시하는 것 같은 말을 했습니다. 주지 아내의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예견돼 있었던 문제가 남들은 이런 이야기하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우리끼리 다 아는 내용이니까 제일 수월하게 정리가 된 것 같아요.” 한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수월하게 정리가 됐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 일까요?

 피해자의 어머니 A 씨는 이런 상황인데도 SBS 제작진에게 주지와 그의 아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두둔하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A 씨의 말입니다. “절이 사람 죽이는 데예요? 아들 죽여서 엄마가 득 볼게 뭐고 절이 득 볼 게 뭔데요?”라면서 정색을 하며 제작진에게 말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혈육을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믿는 종교 단체를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자는 종교를 믿는 이유가 영혼의 구원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것이 종교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A 씨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은 파괴해도 된다는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장 가까운 혈육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36살 청년의 죽음을 지켜보며 종교의 참된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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