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동차를 탄 채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는 드라이브스루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편리하게 주문하는 방식인데, 정작 장애인에게는 문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방식을 장애인 차별로 볼 수는 없다고 그동안 판단했었는데요,
최근 이 판단이 뒤집혔다고 합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양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차를 탄 채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입니다.
그런데 청각장애인 정동환 씨는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할 때마다 긴장되고 겁이 납니다.
수어를 해야하는 정 씨는 주문하는 입구에서는직원과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품을 받는 곳으로 이동해 주문해보려 애를 쓰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직원이 계속 말을 걸지만 들을 수 없고.
◀스타벅스 직원▶
"두 잔 하시고 더 필요한 것은요? 한 잔, 한 잔 두 잔. 더 필요한 것 있으세요? 없으세요?"
주문이 길어지자 뒤에선 다른 차가 경적을 울리며 항의합니다.
◀드라이브스루 비장애인 고객▶
"아 차 좀 빼요."
◀정동환 청각장애인▶
"음성으로만 계속 이야기를 하시니까 제가 그 불편함이 제일 컸고요. 음성으로 주문해야 하는 이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지체장애인 하형석 씨는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한 지 18년이 됐지만, 하 씨에게는 드라이브스루 문턱이 높기만 합니다.
하 씨 옆에 누군가 있어야만 이용하기 쉽습니다.
◀현장▶
(바닐라라테 아이스, 한 잔)
"고객님 소리가 잘 안 들려서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바닐라라테 아이스, 한 잔이랑요.)
하 씨는 드라이브스루 입구에 화면을 터치하며 주문하는 '키오스크'라도 있으면 낫다고 말합니다.
◀하형석 지체장애인▶
"언어장애인은 드라이브스루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이용을 잘 안하는데(키오스크가 있으면 이용에 어려움이 적어진다)"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우리나라 커피 매장의 드라이브스루 현실을 시정해달라고 2021년 진정을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스타벅스가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손 글씨로 주문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조치해,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장애인들은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기각결정을 취소하며 장애인 손을 들어줬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사전 주문은 드라이브스루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고, 손 글씨 방식도 특정 장애인에게는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장애인 의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위법함이 있다고도 판단했습니다.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
"'진정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맞다'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듣고 실태를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