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은퇴는 옛말
현업에서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인생은 60부터" 이런 말을 하곤 했는데요. 이제는 의미가 좀 바뀌는 것 같습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역대 최다" 입니다.
2024년 9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법적 정년을 넘긴 직장인, 자영업자 등 60세 이상 취업자가 674만 9천 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7만 2천 명 늘어 198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50세 이상 취업자 수를 추월한 것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인 만큼 고령층 인구가 많아진 영향도 있겠지만요.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도 60세 이상은 47.4%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30~50대 고용률에는 못 미쳤지만, 사회 초년생인 15세~29세보다는 높았는데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이런 흐름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 속도 붙나?
지금 60세는 예전 60대와는 느낌이 다르죠. 건강도 하고요. 고령화 사회라는 인구 구조 등이 앞으로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부터 시작했는데요. 최근 행정안전부는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대구시가 최초로 2025년 상반기부터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본청과 산하 사업소 공무직 834명 중에서 이미 65세로 연장된 청소원 등 제외하고 412명이 대상인데요.
대구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65세과 60세로 묶인 정년 사이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시설관리, 미화 등을 맡는 공무직 노동자는 공무원처럼 정부가 고용하지만 국가·지방공무원법 대신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데요. 공무직에서 촉발된 정년 연장 논의가 다른 분야로 확산 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정치권도 논의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조만간 정년 연장을 주제로 회의를 열 예정인데 정년을 63세로 연장하는 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요.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의원들이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경영-노동계 이견···세대 갈등은?
하지만 청년 일자리 감소나 경영계 부담 등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을 통해 지난 2016년 법적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바뀐 뒤 23세~27세 청년층의 전일제 임금 근로 일자리가 6% 감소한 걸로 분석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도 60세 정년 의무화로 민간기업에서 고령층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대부분인 임금체계에서 정년 연장은 인건비 부담을 높인다면서 임금체계 개선, 퇴직 후 재고용 등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요.
노동계는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향을 검토하는 만큼 법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퇴직 후 재고용 등 경영계 입장에 대해서는 동일한 업무에 대한 과도한 임금 삭감, 비정규직화, 고용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 가능, 노동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구조에서 정년 연장은 필요한 논의지만, 청년 세대 일자리에도 영향은 없도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금 보릿고개의 해결에 좋은 방안인 듯 하지만 여러 문제점들은 좀 더 세밀하게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 다시 출발
양 단체장 간의 감정 갈등으로 번져 보이며 무산됐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SNS에 오간 글을 떠올려보면 한동안 투샷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요. 10월 21일에 대구시, 경상북도, 행안부, 지방시대위원회 4개 기관장이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쟁점 사안에 이견이 있었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9월 말 아니면 안된다며 일방적으로 '무산'을 선언했지만, 정부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다시 논의가 궤도에 오른 건데요.
정부 중재안은 서울에 준하는 위상의 대구·경북특별시 출범, 시·군·구의 기존 사무 유지, 시· 도의 청사 활용, 관할구역 미설정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시·도의회 합동 의원 총회로 통합의회 소재지 결정, 시·도의회 의견 청취와 주민 의견 수렴 등도 포함됐습니다.
앞으로 진행 절차는?
정부는 범정부추진단을 가동하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와 함께 권한 이양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고 합니다.
시·도가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갖고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마련한 후에 시·도의회 동의 등을 거쳐 국회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통합자치단체 출범 시기는 2026년 7월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협조가 논의를 추진하는데 있어 하나의 큰 장점이겠습니다만, 그 과정이 무난할 것인가하는 부분, 그리고 합의한 사항 중 비판 받고 있는 점도 있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올해 안에 특별법을 발의하고 내년 6월까지는 특별법을 통과시킨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상황에서도 행정 통합은 필요한 논의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이 텃밭인 국민의힘은 무난하겠지만 신공항특별법이나 달빛 철도 특별법처럼, 그만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공감하고 동의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또 하나는 여론 수렴입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이견 중 하나였는데요. 대구시는 의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경상북도는 주민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합의문은 시·도가 권역별 설명회와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해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마련한 후 시·도의회 동의 등을 거치면 국회 입법 절차에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주민을 배제한 논의다, 명칭만 바꾼다고 발전이 되는 것 아니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지난 24일에 있었던 시장군수협의회에서도 경상북도를 비판하는 언급이 많이 나왔는데요. 합의문 서명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시장, 군수를 핫바지로 보는 거냐? 이런 표현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 단체장들의 비판이 거셌는데요.
주민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행정 통합에 대한 설명과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좀 더 세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상 규명은 '진행형'
오는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2주기입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호텔 인근 골목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났습니다.
30일에 신원 파악이 완료된 사망자가 153명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지기도 하면서 사망자는 159명으로 늘었습니다.
2022년 11월에 경찰이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출범했고요.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와 구청, 소방서 등에 대한 수사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을 입건했고 이후 수사가 이어졌습니다.
길었던 수사, 그리고 기소···엇갈린 판단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1심 법원은 금고 3년을 선고했습니다. 대응을 지시한 경찰 책임자의 책임이 인정된 건 처음입니다.
하지만 상급자인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무죄,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당시 용산구청장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법원은 경찰은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봤지만, 예견 가능성을 달리 봤습니다.
법원 설명자료, 다수 기사를 종합해 보면요. 관할 경찰서장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언론보도, 정보 보고 등을 토대로 사고 가능성을 예견했거나, 할 수 있었고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참사 당일 늦은 오후부터 압사 위험 신고가 접수됐지만, 대응에 소홀했고,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한 뒤에도 1시간이 지나서 늦게 보고했다는 겁니다.
반면, 서울청장은 일선 서 등의 보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서장과 똑같은 정도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건데요.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 112상황팀장 등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박희영 당시 용산구청장은 구청 조치가 늦은 것으로 대처가 미흡했다고 보기 어렵고 인파를 통제, 차단하거나 군중을 분산할 권한이 구청에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단체 반발, 검찰 항소···특조위 조사는?
159명이 숨진 참사에 많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일선 서장 한명에게 책임을 묻는데 비판하면서, 검찰에 즉각 항소할 것을 촉구했고요. 검찰은 앞서 말씀드린 2건의 1심 판결에 항소했습니다.
대통령이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여야 합의로 통과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따른 특조위도 지난달에 출범했습니다. 연말쯤 조사 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조사가 시작되면 활동 기간은 1년 6개월입니다.
일각에서는 개인들의 사고란 식으로 폄하하고 국가가 다 책임질 수 없다고 하지만, 당시 위험을 알리는 다수의 신고 등 여러 정황을 보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피해 유족들의 마음이 슬픔에서 끝날 수 없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긴 시간 걸려 이끌어 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형식에 끝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