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는 4시간 일하면 30분 쉴 수 있는데, 이 휴게시간은 무급입니다.
그런데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사업주가 휴게시간을 악용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관희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양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분이 문제를 제기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50대 A씨는 대구의 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LP가스 충전 등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주 5일 근무에 한 주는 주간, 한 주는 야간에 일하는데요.
휴게시간은 근무 시간 중에 30분씩 4번입니다.
그런데, 주유소 근무 특성상 휴게시간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주유소 카드 매출 명세를 보면, 휴게시간인 밤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도 LP가스 차량에 충전을 해야 했고, 밤 11시 휴게시간에도 일했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해당 주유소에 나가 근무 형태를 살펴봤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차량에 노동자는 LP가스 충전하랴, 셀프주유소 이용법 알려주랴 정신없었습니다.
A씨는 "휴게시간에 직원이 빠지면 대체 인력이 없지 않느냐"며, 휴게시간에 주유소도 왔다 갔다 하고, LP 충전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A씨는 휴게시간에도 근무를 했으니 이에 합당한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중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A씨가 노무사를 통해 야간수당과 연장수당을 계산한 체불임금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총 1,680만 원입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직원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휴식 시간은 피해 달라'고 고객에게 요청하는 간판을 주유소에 세워놨고, 고객 쉼터를 직원도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는 겁니다.
저와 통화한 주유소 측 관계자는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휴게시간을 간판에 적어서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직원 휴게시간이 이러이러하니 주유소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간판에 써놓았으니 사측은 휴게시간을 보장하려고 애썼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이게 법적으로도 받아들여질 행위인가요?
◀기자▶
네, 취재진은 두 명의 노무사에게 관련 사실을 질의해봤습니다.
두 명 모두 사측의 이런 노력을 휴게시간 보장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즉 온전한 휴게시간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승재 노무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승재 노무사▶
"결국은 고객이 오면 이에 응해야 한다면 사용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휴게 시간이 완전히 보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즉 이러한 휴게시간은 여전히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있는 대기 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주유소는 2019년에도 휴게시간 문제로 직원 두 명이 문제를 제기해 상당 금액을 보상한 적이 있습니다.
A씨는 그 뒤에도 나아진 게 없다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주유소와 휴게소를 관리하는 업체 측은 코로나 19가 퍼진 2020년 상반기, A씨에게 휴게시간을 한 시간 더 부여해서 임금을 그만큼 깎았는데요.
A씨는 당시 늘어난 휴게시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주유 차량을 응대하느라 근무를 해야했다며, 사측이 휴게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임금만 깎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휴게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54조를 위반했다는 신고가 노동청에 접수된 건수는 2018년 300여 건, 2019년에는 680여 건이었습니다.
검찰에 송치된 건수도 130건에서 260여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전국 170여 개 고속도로 주유소 상당수 노동자는 A씨처럼 온전한 휴게시간을 갖지 못한 채 일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