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가 2024년 3월 북구 검단동에 있는 도축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경북 양돈 농가들이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이번 도축장 폐쇄 사태가 대구시, 경상북도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경상북도는 한 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분통을 터뜨리며 도내 도축장을 증설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대구시는 묵묵부답입니다.
권윤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청도에서 돼지 2,000마리를 키우는 이종찬 씨는 대구 도축장 폐쇄 소식에 한숨만 나옵니다.
어디서든 도축하는 규격돈 돼지는 문제가 없는데 새끼를 낳는 어미돼지, 즉 모돈은 대구에서만 도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게가 200kg에 달하는 모돈은 일정한 설비와 경매시스템이 갖춰져야 해 해마다 60마리씩 대구로 보냅니다.
대구 도축장 폐쇄가 경북 양돈 농가들에 '날벼락'인 것은 바로 모돈 도축 때문입니다.
모돈을 제때 도축하지 못하면 농장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기는데, 지역의 경우 대구와 고령에서만 합니다.
고령에서 매일 50마리의 모돈을, 대구에서는 고령의 4배인 200마리의 모돈을 도축하고 있어 대구가 문을 닫으면 고령에서 소화할 수 없습니다.
◀이종찬 대한한돈협회 청도지부장▶
"고령 같은 경우 현재 기준 50두밖에 작업을 못 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시설을 보완하려고 하면 3년 정도 잡아야 한다고 하거든요."
가까운 곳에 경남 김해 도축장이 있는데, 여기선 경북 물량을 처리할 수 없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갑작스럽게 도축장 폐쇄를 결정한 대구시는 지역만 따졌을 뿐 모돈 도축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초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도축장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대구에서 도축하는 가축은 대부분 대구 이외 지역에서 온 것으로 대구 도축장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2024년 6월 도축장 인근에 금호워터폴리스 산업단지가 준공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 악취 등의 민원이 예상되는 것도 폐쇄 이유입니다.
경상북도는 대구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폐쇄 계획을 미리 밝혔다면 대비라도 하는데 당장 몇 개월만으로는 경북 지역 도축장에 모돈 처리 시설을 갖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상북도는 신축 중인 안동 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 모돈 도축 설비를 갖추기로 하고, 예산 편성과 건립에 드는 기간만이라도 폐쇄를 늦춰달라고 대구시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정아 경상북도 축산정책과장▶
"모돈 도축 라인에는 시간이 필요해서요. 저희가 (대구시에) 2차례 방문해서 2년 정도 폐쇄 유예 요청을 했고요. 공문도 정식으로 보낸 상태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소통 없는 이른바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양돈업계는 결국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대화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권윤수입니다. (영상 취재 이승준, CG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