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신증설 의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수도권 기업 159개 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응답 기업의 28.9%가 "5년 내 비수도권 이전 혹은 신·증설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수도권 기업 10곳 가운데 약 3곳은 지방 이전이나 신·증설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은 선호도가 낮은 상황입니다. 고려 대상 지역으로는 대전, 세종, 충청이 51.4%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구·경북이 받아 든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수도권을 떠나 대구·경북으로 옮기겠다는 기업은 5.4%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와 같은 수준입니다. 대구·경북 뒤로는 강원도뿐이었습니다. 부산·경남·울산과 광주·전라도 대구·경북의 2배는 됐습니다.
지방 이전을 고려하는 수도권 기업의 요구는?
지방 이전을 고려하는 수도권 기업들의 주된 요구 사항으로는 40%가량이 "필요한 인력의 원활한 공급"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각종 세금 혜택을 꼽았고, 보조금이나 재정 지원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필요 인력의 공급이 중요하다고 답한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정주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 "지방 이전 투자를 고려 중인 수도권 기업이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기업들의 지방투자가 실제 이행되고 추가 유도하려면, 세제 혜택 확충과 인력 공급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지역 경쟁력지수 대구 10위·경북 16위···하위권 머물러
5월 11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발표한 '지역 경쟁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기준 지역 경쟁력지수에서 17개 시도 중 대구는 10위, 경북은 16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역 경쟁력지수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인 GRDP에 인적 자본, 제도, 기술 등을 추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지역 경쟁력지수에서 대구가 10위로 나오는데, 이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낮은 것입니다. 또한, 경북은 17개 시도 중에서 강원도 다음으로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만든 지역 경쟁력지수, RCI는 인적 자본과 제도적 장치를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잠재력을 측정해 만든 것입니다. 대구·경북은 지금도 어렵고 밝지 않지만, 미래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대구의 미래 50년 기반,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나?
새로운 시장이 취임할 때마다 대구를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를 '대한민국 미래 산업 투자 1번지'로 만들어서 대구 미래 50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데요. 대구시 7대 핵심과제로는 통합 신공항, 벤처밸리, 공항 이전터 개발, 문화 콘텐츠 도시,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 물 하이웨이, 미래형 광역도시 건설 등이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같은 핵심과제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대구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생각입니다.
홍준표 시장은 경남도지사를 할 때도 '미래 50년'이라는 구호를 쓰면서 기업 유치와 외자 유치를 통한 발전된 지역 모습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2015년 당시 경남발전연구원은 '50년 후 미리 가 본 2070년 경남은‘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미래 50년 사업의 원조라고 할까요? 여러 가지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경남이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세계 3대 테마파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2015년) "개발 총책임자를 금년 6월까지 영입할 수 있도록 저희가 최대한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당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경남은 해양관광 벨트를 만들게 되고,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는 시설을 갖추면서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해상 관광지가 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계획은 더 나가서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이 보고서가 나온 지 1년 3개월 만에 없던 것이 됐습니다.
서일준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2016년) "복합리조트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였으나 투자자들이 급속하게 이탈하고···"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사업은 결국 복합 리조트 사업인데요, 2016년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공모에서 탈락합니다. 경남은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흐지부지되다가 홍준표 지사가 2017년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아예 없던 사업이 되었습니다.
전점석 당시 창원 YMCA 사무총장 "시민과 경남도민이 가졌던 좌절감이라든가, 박탈감이라든가, 속았다고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 행정 담당자들은 도민들에게 사과도 하고···"
대구의 미래 50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과거는 과거이고, 중요한 것은 지금입니다. 대구가 미래 50년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결국 '투자 유치' 측면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발표된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지역 먹거리는 주로 기업 이전을 통해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래서 투자유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2022년을 투자 유치 측면에서 좋게 평가하면서 이케아 투자 유치와 티웨이 본사 이전, 노후 산단 지붕 태양광 시설 교체를 꼽으면서 6개월 만에 4조 천억 원을 유치했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 통과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으로 날개를 달았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 상황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구경북신공항과 공항 산단 조성, 동대구 벤처밸리 건설, 공항 이전터 두바이식 개발,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 물 하이웨이 등입니다. 이미 이룬 것으로는 대표적으로는 '한화의 태양광 지붕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대구시는 3조 원 사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검토해 보면 참여업체 수가 적고 현실적으로는 성과를 목표치만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이케아 대구점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다행히 티웨이 본사는 확정됐습니다. 아쉬운 대목은 사옥을 짓는 게 아니라 대구에 사무실을 빌려 들어오는 식입니다. 따라서 아직도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 미래 50년이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가 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시장을 비롯한 대구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시민들과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행정기관이 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반드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인 '실행 로드맵'을 시민과 언론이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인데요. 대구의 태양광 프로젝트도 '어떻게' 해 갈지를 봐야 하고요. 대구시가 크게 반발했던 TK 신공항 문제도 대구시의 계획이 '어떤 방법'을 통해 현실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감시하고 질문하고 참여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과 언론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지방자치법에 주민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어느 지자체인들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이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대구·경북은 지역 경쟁력지수가 하위권을 맴돌고 있기에 더욱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구 50년의 먹거리 확보가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시민, 언론이 모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스픽스대구 백경록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