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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혁신' 강조하며 통폐합했는데···무더기 '위법' 적발된 대구행복진흥원


홍준표 대구시장, '혁신' 강조하며 4개 기관 통합한 대구행복진흥원···위법·부당 행위 24건 적발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공공기관 통폐합 방침에 따라 4개 기관을 통합해 출범한 대구행복진흥원의 위법, 부당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지난 2022년 10월 대구사회서비스원과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청소년재단,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을 통합해 출범한 조직입니다.

당시 홍준표 시장은 '혁신'을 강조하며 대구시 각 기관 간 통폐합을 밀어붙였고, 대구행복진흥원 초대 원장에 정순천 전 대구시의원이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진흥원에서는 혁신이 공염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불과 2년도 안 돼 대구시 행복진흥원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요.

대구시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도 정기 종합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3일부터 열흘간 해당 기관의 업무 추진 전반을 점검한 결과, 행정상 위법·부당행위 24건이 확인됐습니다.

감사위원회는 3건의 기관경고 조치를 내리고, 5명에게 징계, 5명에게 훈계, 3명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번 감사는 정 전 원장이 임기 1년 3개월을 앞둔 지난 5월 말 돌연 사표를 낸 직후 이뤄진 것입니다.


"정순천 전 대구행복진흥원 원장, 자신 소유 회사에 일감 몰아줘"···6차례에 걸쳐 3,300여만 원 수의계약 체결
감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정 전 원장이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정 전 원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홍보 물품 생산 업체와 진흥원이 6차례 걸쳐 3,300여만 원의 부당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고,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흥원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적 종교 모임을 위해 공공장소인 교육장을 사용했고, 업무 추진비로 간담회의 중식 도시락을 부당하게 구입했습니다.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했습니다.

"정 전 원장,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대구행복진흥원, 이해충돌 방지 담당관도 지정하지 않아
감사위원회는 정 전 원장에 대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비송사건절차법 처리에 따라 진흥원이 관할 법원에 통보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대구행복진흥원은 2022년 10월 1일 통합 이전 기관인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제정한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시행 세칙(제정 2022. 5. 19.)을 개정하지 않고 이전 세칙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운영하는 이해충돌 방지 담당관도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교육계획 수립 및 교육 또한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는 등 이행 충돌 방지에 관한 교육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진흥원은 전문 강사 모집 공고를 하지 않고 정 전 원장의 추천에 따라 특정 강사를 섭외하는 등 강사 모집의 공정성도 훼손했다고 감사위원회는 밝혔습니다.

"센터장 채용하면서 지원서·경력 증명서 조작 여부 확인 안 해···임직원 외부 강의·겸직하기도"
진흥원의 엉터리 운영과 부실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회서비스원 모 센터장을 채용하면서 입사 지원서와 경력 증명서 조작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부당 채용했고, 임직원들이 사전 신고 없이 외부 강의를 하거나 겸직한 사실도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부정 채용과 관련해서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이 밖에도 5급 직원에게 2023년 2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운전에 적발됐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해 규정에 따른 징계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시는 해당 직원에게 경징계 처분할 것과 임직원에게 주기적으로 운전 경력 증명서를 제출받아 음주 운전 여부를 확인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노숙인 재활시설 생활인 기초연금 신청 누락···3,500여만 원 연금 미지급"
업무추진비 집행 예산, 분할발주 수의계약, 연구 사업 수행 규정, 홍보 물품 구입 등에서 부적정 사례도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특히 노숙인 재활시설의 생활인 11명의 기초연금 신청을 누락하면서 3,500여만 원의 연금이 미지급됐고, 미지급된 돈에 대한 피해 금액 변제를 생활인이 이용하는 시설 내 매점 수입금과 자판기 수입금으로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대구시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구조·경영 혁신"···시민사회단체 "졸속 통폐합임이 이번 감사에서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
지역 시민단체는 공공기관 통폐합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앞서 대구시는 2022년 7월 홍준표 시장의 임기 시작과 함께 산하 공공기관 18개를 11개로 통폐합하는 구조혁신을 이뤄내고 혁신의 내실화에 돌입했으며, 대시민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경영혁신에 집중하고 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은재식 우리복지연합 사무처장은 "속도전으로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했지만, 통합 후 2년이 경과하면서 공공기관 통폐합의 목적인 복지행정 서비스 확대와 질적 개선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부실 졸속 통폐합임이 이번 감사에서도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선 8기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대구 혁신의 신호탄으로 쏘아 올린 대구시 행복진흥원을 포함한 ‘공공기관 통폐합’.

'이럴 거면 통폐합을 왜 했느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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