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울타리 안에서 근무하는 같은 지방공무원인데 휴가가 15일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 울타리 안에서 근무하는데 군청 직원은 30년 이상 근무하면 휴가를 5일 주는데 군의회 직원은 20일.
무려 15일이나 차이가 난다고?
같은 지방공무원 아냐? 예전에는 군청에서 근무하다가도 인사이동이 있으면 의회에 근무하는 게 다반사였는데 그게 말이 돼?
에이 설마··· 귀를 의심하게 만든 이 이야기가 진짜인지? 확인을 위해 서둘러 취재하게 됐습니다.
경북 칠곡군 지방공무원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는?
칠곡군 지방공무원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를 확인하기 위해 '칠곡군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를 살펴봤습니다.
2024년 6월 28일에 일부 개정이 됐는데, 개정이 되면서 재직 기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 5일의 휴가가 신설됐습니다.
재직 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10일, 재직 기간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20일, 이 두 부분은 기존에 있던 내용이 이동됐거나 개정이 된 걸로 나타나 있습니다.
'재직 기간 30년 이상이면 5일', 이 부분도 2024년 6월 28일에 조례를 개정하면서 신설됐습니다.
그러니까 칠곡군 지방공무원은 30년 이상 근무하면 5일의 장기 재직 휴가를 갈 수 있는 겁니다.
경북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는 과연?
칠곡군청 건물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칠곡군의회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의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2024년 8월 20일부터 공고가 돼 있었습니다.
칠곡군의회 오용만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고, 이상승 의장을 비롯한 칠곡군의원 모두가 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재직 기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은 5일, 재직 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10일, 재직 기간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20일.
이 부분까지는 칠곡군이나 칠곡군의회나 공무원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가 같습니다.
하지만··· 재직 기간 30년 이상은 '20일'
칠곡군 지방공무원과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의 30년 이상 장기 재직 휴가 일수가 15일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
칠곡군청 직원과 칠곡군의회 직원의 30년 이상 장기 재직 휴가 일수가 15일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2024년 9월 12일에 칠곡군의회 제30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이상승 칠곡군의회 의장 "이의가 없으므로 의사일정 제2항은 원안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방의회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으로 넘어가면서 가능해진 일
이런 일은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이 개정돼 2022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지방의회가 의회 공무원에 대해 자율적으로 인사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과거에는 지방의회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에 대한 승진이나 전보, 교육, 복무, 징계 등을 지방자치단체장이 했는데, 이 모든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에게 넘어온 것입니다.
칠곡군 지방공무원과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은 같은 노조 소속
칠곡군청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은 800명이 넘고 칠곡군의회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은 20명이 채 안 되지만 이들은 칠곡군공무원노동조합에 함께 소속돼 있습니다.
같은 노동조합원인데 누구는 휴가가 5일, 누구는 휴가가 20일이게 된 겁니다.
"차별을 강조하는 복무 조례 개정 유감을 표명한다"
칠곡군공무원노동조합은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군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이런 소제목의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내용이 길어서 다 언급할 수는 없고 주요 내용만 소개하면,
"지방공무원의 복지를 위하여 휴가 보장 및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여 입법 활동을 한 칠곡군의회 의원님들께는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칠곡군의회 소속 공무원 또한 칠곡군공무원노조의 조합원이다. 금번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개정안의 장기 재직 휴가 일수의 차별은 위임을 받아 최종적으로 결정한 단체협약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칠곡군공무원노조를 부정하고 기만한 행위이다."
칠곡군공무원노동조합 장성원 위원장에게 물어보니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 칠곡군청 집행부와 실무교섭과 본교섭 등을 수차례에 걸쳐서 해서 최종 협약안을 만들었고, 노조 규약에 따라 2023년 8월 말에 전 조합원에게 협약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해서, 2023년 9월 5일 임시 대의원대회 때 의결해서 단체협약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했습니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등을 해서 승인된 단체협약을 바탕으로 정한 휴가 일수인데, 칠곡군의회 조합원들이 기존에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인한 긍정적인 혜택은 보면서 교섭의 위임을 부정하고 단독적으로 의무를 행사해 공무원 간 불신과 차별을 유발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장성원 칠곡군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의회에도 대의원이 있습니다. 이 대의원들에게 우리가 집행부와 교섭안이 일수가 이렇게 결정이 되었으니까, 의견이 있거나 아니면 수정이 필요하면 제출하라 그러면 대의원대회 의결 시 확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의견이 없는 걸로 제출했고 원안 그대로 단체 교섭안이 확정됐습니다."
협상을 통해 다른 휴가 얻어내는 등 여러 가지 복지 증진을 끌어냈는데 단체협약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노조를 군의회 공무원들이 부정하고 기만했다는 겁니다.
장성원 칠곡군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장기 재직 휴가 일수뿐만 아니라 다른 복지 혜택, 복지 포인트 인상이라든지, 당직 근무 개선, 포상 휴가 일수를 2일 더 추가하는 부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30년 이상의 조합원의 혜택보다는 다수의 혜택이 최우선이지 않냐 그렇게 해서 단체교섭을 한 상태입니다."
"조례 개정 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함께 20일로 늘리자고도 제안했다"
칠곡군의회 공무원들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칠곡군의회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 공무원은 '경북의 22개 시군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재직하면 20일 이상의 휴가를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사기 진작을 위해 의원들이 휴가 일수를 늘려준 것이라고도 항변했습니다.
박명주 칠곡군의회 의정팀장 "노조의 대표성을 저희가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원 발의 조례안을 협의할 때 노조 측하고도 우선 협의는 보긴 봤었는데 최종 협의가 되지 않아서 결국 20일이 됐습니다. 칠곡군의회에서 20일로 한 것은 시군 평균이 20일 이상이니 이를 맞추기 위해서 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칠곡군의회도 "2024년 4월에 '칠곡군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과 관련해서 노조위원장과 칠곡군 총무팀장을 만났을 때 장기 재직 휴가 일수를 늘리는 개정안을 건의했다"고 했습니다.
"의원 간담회 때도 휴가를 더 늘리라고 건의했지만, 칠곡군에서 5일 원안 가결을 요청해서 칠곡군 공무원의 경우 30년 이상 재직 시 5일의 휴가를 주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도 했습니다.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에게 30년 이상 재직 시 20일의 휴가를 주는 내용의 '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도 칠곡군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는데 칠곡군이 회신하면서도 "해당 없음"이라고 했다며 공문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용만 칠곡군의회 의원(칠곡군의회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대표 발의) "공무원의 후생 복지를 생각한다면 2025년도 단체협약 안에 이 안을 삽입을 해서 집행부와 자치단체장과 협상을 할 내용이지 군의회 직원의 특혜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듯···
칠곡군 공무원노조는 앞으로 장기 재직 휴가 등 복지 증진을 위한 노사 협의는 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내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조합원 가입 자격 변경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휴가 일수를 둘러싼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