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 관리비 수억 원 '꿀꺽' 의혹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 횡령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해당 아파트는 승강기를 고쳤습니다.
승강기 수리비는 6,600만 원.
관리비 통장에서는 6,600만 원이 모두 빠져나갔는데, 업체에서는 2,0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최근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관리비가 들어있던 통장이 텅 비면서 수도 요금과 전기 요금이 두 달간 연체되기도 했습니다.
경비원 4명과 환경미화원 1명 등 직원들은 석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관리비 통장이 비어 있었던 것일까?
주민들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말합니다.
2022년 8월, 아파트 관리소장이 동 대표 회장을 찾아왔습니다.
관리소장은 자신이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동 대표 회장에게 털어놨습니다.
9만 원이 209만 원으로 둔갑?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장을 직접 확인해 보니, 관리소장이 일을 시작한 지 석 달만인 2022년 2월부터 횡령은 시작됐습니다.
2022년 2월 말 지출결의서를 보면, 시설유지비 2월분 폐기물 처리비는 90,000원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비 통장에는 90,000원 앞에 20이 붙어 2,090,000원으로 빠져나갔습니다.
2022년 5월 말 지출결의서에 적힌 5월분 폐기물 처리비 67,500원은 15,675,000원으로 둔갑했습니다.
전 동 대표 회장 "지출 결의서랑 출금 전표랑 제게 똑같은 금액으로 (가지고 와서) 결제를 해주고 난 뒤에 은행 가기 전에 거기다가 추가로 글자를 몇 자 더 기입해가지고 그렇게 횡령한 겁니다."
전 동 대표 회장은 취재진에게 "소장한테 전해 듣기로는 횡령 금액이 3억 2,000만 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파악한 금액은 4억 원이 넘습니다.
노동석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 "2023년 7월까지 총 34회에 걸쳐서 본인 계좌 및 타인 계좌 이체 또는 현금 인출 이런 식으로 이제 확인된 금액만 4억 1,600만 원"
자백 전까지 왜 몰랐나
각종 지출결의서에는 관리소장과 동대표 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어 정상 지출처럼 처리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사실관계를 따지자 동대표 회장과 내부 감사는 관리소장의 자백 전까지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1년 넘게 거액의 아파트 관리비가 구멍 뚫린 듯 줄줄이 새 나갔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됐습니다.
내부 감사는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부과·징수·지출·보관 등 회계 관계 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에 대하여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구청 관계자 "(주민들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그런 게 없으시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법에서 이렇게 내부 감사에게 감사를 하라고 이제 정해 놓고 있는데 실질적인 감사의 실효성은 이제 의문이 되죠."
관리소장은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경찰은 입주민들에게 고소장을 받고 관리소장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