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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추 농사를 접는 농민이 늘고 있습니다"···왜 그런지 경북 경산을 찾아갔더니

'대추'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경북
경상북도는 전국 최대의 대추 재배 면적을 자랑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경영체 등록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으로 대추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경상북도, 다음은 충청북도입니다.

물론 재배 면적에 따라 생산량이나 소득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재배 면적이 좁아도 소득이 훨씬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대추의 주산지는 충북 보은, 건대추의 주산지는 경북 경산을 많이들 꼽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니 2023년 기준으로 경상북도에서는 경산시가 청도군보다 대추 재배 면적이 조금 더 넓기는 합니다만, 경영체(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업·농촌에 관련된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기 위해 농업경영 관련 정보를 등록한 농업인과 농업법인)의 수는 청도군이 조금 더 많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기승을 부린 무더위에 2024년 대추 농사는 과연?
2024년 여름은 다들 아시다시피 장마가 유난히 길었고, 무더위도 기승을 부려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대추 농사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서 경북 경산시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찾은 대추밭에는 강한 햇살 아래 대추가 하루가 다르게 굵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경북 경산 대추의 수확 시기는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인데요, 2024년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수확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승준 000 농원 대표 "올해는 수확이 조금 일찍 시작될 것 같아요, 한 일주일 정도 제 생각에는. 수확 시기가 작년에 대비해서 좀 빨라질 것 같습니다."

"작황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제가 찾은 농원의 경우에는 평년 대비 20% 정도 수확량이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농원의 대표 몇몇 분께도 전화를 해보고, 경산시 담당 부서에도 문의를 해보니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2023년을 생각하면 2024년 작황은 농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수확 시기인 10월 초 사이까지 '태풍이 오지 않는다'라는 전제 조건을 붙여서였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왜 해를 거듭할수록 고조되는 것일까?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빗자루병'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습니다.

병에 걸린 나무를 보니 다른 나무와는 달리 가지와 잎이 빗자루 모양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이렇게 되면 대추가 달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가지에 달린 대추도 성장이 잘 안되고 쉽게 떨어져 버린다고 했습니다.

이 병에 걸린 나무는 결국 말라 죽고, 옆 나무에도 피해를 줘서 2023년에도 나무를 여럿 베어냈는데 2024년에도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승준 000 농원 대표 "이웃 농가에서는 빗자루병이 한 50% 정도 이상 발생해서 폐농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하는 농가들이 좀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나무에 주사를 놓으면 병이 숙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은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속수무책"
대추 농사를 24년이나 지었다는 농민의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긴 장마와 무더위 등 이상기후의 여파로 빗자루병의 확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약을 쓰면 효과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약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최덕현 대표 000 농원 대표 "긴 장마로 장시간 동안 땅이 젖어 있음으로써 뿌리가 호흡을 못 하고 나무 수세가 약해짐으로써 발병되는 속도가 과거에는 한 가지가 발병됐는데 지금은 나무 전체로 이렇게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을 넣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그런 현실에 와 있습니다."

"대추 농사를 접는 농민이 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은 예측조차 힘든 이상기후에 갈수록 힘들어지는 방제 작업, 고질적인 일손 부족까지 겹치면서 대추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대추 재배 면적은 2021년 2,013.2ha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1,961.6ha, 2023년에는 1,602.19ha로 줄었습니다.

경산의 대추 재배 면적의 변화 역시 비슷한 양상입니다.

2021년 507.09ha이던 것이, 2022년 482.4ha, 2023년에는 459.17ha로 줄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소세는 더욱 가파릅니다.

최덕현 대표 000 농원 대표 "자연재해와 고령화, 작업하시는 분 인력 부족 현상, 빗자루병 같은 병 이런 것들이 지금 대추 산업 발전 특히 재배 쪽에는 큰 애로사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지원이 필요한데 대추는 임산물로 분류돼 있어서···"
대추는 산이 아닌 곳에서 많이들 키우는데도 임산물로 분류돼 있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대추는 임산물로 분류돼 있어서 다른 과일에 비해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른 과수에 비해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병에 관련된 연구도 많이 좀 해줬으면 좋겠고, 농가에 체계적인 지원도 적극적으로 좀 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설이나 이런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산림과에서 담당을 하는데, 재배나 이런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담당을 하거든요. 기후 환경이 기상이변, 기후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데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지원 기관이 좀 한 덩어리로 움직이고 체계화시켜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 대추 재배 농민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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