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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경찰 간부, 뺑소니에 무마 청탁 의혹까지

◀앵커▶
다섯 달 전, 경북경찰청 소속의 한 간부가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차를 몰다 추돌사고를 냈는데요, 당시 이 경찰 간부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단순 음주사고가 아니라 뺑소니 사고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서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서현▶
6차로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회색 승합차가 들이받습니다.

추돌 여파로 승용차 뒷부분과 승합차 앞부분이 심하게 망가졌고, 깨진 파편이 도로 위에 깔려 있습니다.

지난해(2021년) 8월 27일 밤, 포항시 북구 양덕동 네거리에서 있었던 추돌사고입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경북경찰청 소속 A 경정, 면허 취소 수준을 넘은 만취 상태였습니다.

피해 운전자는 20대 대학생. 

견인차를 몰던 피해자 아버지는 경찰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왔고, 가해 운전자가 공무원인 걸 알고 순간적으로 근처 건물 뒤편으로 숨겨줬습니다.

◀인터뷰▶ B 씨/피해자 아버지
"(A 경정이) 눈을 못 뜨실 정도로 술에 취했습니다. 공무원증을 차고 계시더라고요. 들은 게 있는지라 공무원 음주 걸리면 이런저런 혜택이 다 날아간다는 얘기를 들었고, 건물 뒤편에 숨어계시라···."

출동한 경찰과 뒷수습을 하는 사이 숨어있던 A 경정이 그대로 달아나자, 피해자 아버지는 A 경정을 뒤쫓아가 붙잡은 뒤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 음주운전 사고로 처리됐습니다.

피해자 측이 경찰 조사에서 뺑소니 사건이 아니고,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B 씨(피해자 아버지)
"(사고 직후 전화가 왔는데) 좀 전에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000 경위)이더라고요. '좀 전에 가해자분, 나중에 알면 다 알게 될 사람인데 좀 잘해줘요. 합의 같은 거 잘해줘요. 부탁할게요.'(라고 말했어요.)"

출동한 경찰관과 통화한 직후 이번에는 알고 지내던 레커차 업계 지인에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아는 경찰관의 윗선이니, 잘 봐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인터뷰▶ B 씨(피해자 아버지)
"(포항 'ㄱ' 레커차 업체 김00 사장이 연락해서) 합의금 일은 잘해줘라. 너한테 크게 돌아올 거다. (포항 북부경찰서) 00 반장이 전화 왔는데, 00 반장 윗선쯤 된다."

레커차 일을 하는 B 씨는 업무상 밀접한 관계에 있던 관할 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부탁이라는 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피해자 측에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했던 포항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두 명은 청탁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중 한 명인 포항 북부서 C 경위는, 피해자 측과의 통화에선 일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통화 녹음▶
-B 씨(피해자 아버지): 애(아들) 일 때문에 000 사장(지인)한테 따로 전화하신 적 있으신가요?

-C 경위: 네, 있어요. 전화했어요. 내가 부탁해  달라 했어요. B(피해자 아버지)한테 얘기 좀 잘해서···. 부탁했어요.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내가 책임지면 됩니다."

음주 운전을 한 A 경정은 포항 북부서 경찰관들에게 사고를 무마해달라고 부탁했는지 묻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A 경정은 당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징계가 끝나자마자 이달(1월) 초 공교롭게도 당시 사고 처리를 담당했던 포항 북부경찰서로 인사 발령 났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이 일이 있고 난 다섯 달 동안 레커차 일이 거의 끊어져 심각한 생계난을 겪고 있다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국민신문고에 진정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오동규)

김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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