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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③ 정년 연장에 '세대 갈등' 본격화?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듭니다. 최근 공무직의 정년을 65세로 늘리기로 하자,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까지 정년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할 경우, 청년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고 세대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회적 논의가 쉽게 진전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토크 ON은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세대 갈등 가능성에 대해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년 연장 자체는 노령 인구의 경제적 소득 안정성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재앙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제가 보기에는 그 논쟁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는 논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 일자리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비용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같은 종류의 일자리냐 다른 일자리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산 비용에서 인건비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를 따지게 됩니다.

법적인 정년 연장이 돼서 고령자 노동자들을 유사한 임금이나 더 높은 임금으로 5년 더 고용해야 한다면, 노동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용을 줄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청년 입직구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년 연장의 효과가 많이 나타나는 곳은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입니다. 이런 좋은 일자리에서 입직구가 축소되면 청년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통계청 2023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합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쉬었음' 인구가 73만 명입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답변이 많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지역 일자리는 많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 청년들의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부문은 정부 정책을 통해 강제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민간 부문은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학술 연구를 보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분석 시점, 분석 방법,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KDI의 분석에 따르면 정년 연장을 1년 했을 때, 고령자 고용자가 1명 증가할 경우 청년 고용이 약 0.2%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대체 효과로 볼 수 있죠.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15세에서 29세의 청년 근로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중년 근로자도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만, 실제 일자리 상황은 단순히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보면 청년들이 하는 일자리와 노인이 하는 일자리가 달라서 경쟁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향후에는 충돌이나 경쟁 관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걱정이 들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우리 논의가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구조가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세대 간 기술 격차를 고려하면, 정년을 연장해 부족한 노동 인력을 채운다는 생각은 단순 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제가 휴대폰이나 인공지능, 챗봇을 다루는 것과 젊은 사람들이 다루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재훈련이나 재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세대 간 기술 문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을 대신해 고령 인구를 더 일하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단순 노무는 가능하지만, 청년이 하던 알바 자리를 노인들이 뺏을 수는 있어도, 우리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나 성장에 필요한 핵심 기술 영역은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저도 단기적으로는 약간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년 연장으로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근로 형태나 유연근무 제도 같은 새로운 방식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년 연령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두 분 말씀을 들어보면, 혜택받는 사람은 별로 없고 부작용이 큰 것 같은데 꼭 해야 할까요? 노동시장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더 확대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으신 것 같은데, 이 교수님께서 짧게 정리해 주신다면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다른 선진국은 법적 정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정부가 올리면 정년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방식이죠. 이는 노동자가 연금 수급을 받고 퇴직할지 더 일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법적 정년 제도가 있으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따로 운영하는 문제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적 정년을 없애면 많은 분들이 구조조정으로 일찍 퇴직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20%인 좋은 일자리 비율을 30%, 40%, 50%로 늘려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임금과 근로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법적 정년 연장과 연금 제도의 연계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과 고용 조건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용현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저도 법적 정년 연장에 지나치게 연연하기보다는 계속 고용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퇴직 후 재고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법제화에 너무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면 나머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그렇게 선택지를 주게 되면 일본 방식이고, 정년을 연장하든 재고용을 하든 이런 식으로 선택지를 주게 되면, 저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결국 임금 삭감형 임금피크제의 방식으로 정년 연장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러면 그런 정년 연장은 노동자에게 굉장히 불리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년 연장 논의가 계속 이렇게 지지부진하지만 계속되는 이유는 뭐냐 하면, 20%에게는 무조건 도움이 된다. 80%에게는 도움도 불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상관이 없는 논리이기 때문에, 20% 도움 되는 방식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는 논의인 거고, 국가에는 어쨌든 무조건 좋은 거기 때문에 이 논의가 계속 이런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저도 교수님 말씀에 동의는 하는데, 이제 그렇게 되면 또 법제화하면 일부 혜택자 30% 정도의 근로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우려도 있기 때문에, 아마 이 부분은 여러 사회적 대화라든지 이런 걸 계속 지속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의 전체 미래 정년 문제나 노동시장 문제에서 법제화를 하든 어떤 방향이든 제일 중요한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고려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면, 1분 정도로 짧게 두 분의 정리 말씀 듣겠습니다. 이 교수님?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저는 국가가 이 문제를 노동력과 경제활동 측면에서 바라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까 저도 말씀드렸지만, 정년 연장이 필요한 현실적인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행복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과연 55세까지 일하고 나머지 노후 생활을 개인적인 삶으로 누리는 게 좋은 건지, 죽기 전까지 70세 아니면 75세까지 일만 하다가 죽는 것이, 물론 노인 빈곤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과연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에 관 생각을 먼저 해 보고, 그 방향으로 가되 현재의 상황은 이럴 수밖에 없으니 이 단계를 거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정년 또는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저는 정년 연장을 넘어서는 포괄적이고 형평성 있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교수님도 우려해 주셨지만,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근로자가 정년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상해야 할 것 같고, 고용 안정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나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서 현재 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까 교수님 말씀처럼 정통적인 정년 연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민과 공공이 협의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늘 토크ON은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님과 김용현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님을 모시고, 슬슬 시동이 걸리고 있는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주신 두 분 감사드립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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