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준이 다음 달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약 4년 만에 이뤄지는 금리 인하는 국내 경제에 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주 토크 ON에서는 다가오는 금리 인하가 하반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미국 금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글로벌 통화정책에 모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칠지, 임규채 실장님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미국 금리 인하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우리 환율 변동과 자본 유출입니다.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특히 일본 엔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계, 자동차 등 주력 업종들이 수출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지금 제일 큰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내수 시장이 아닌 수출 중심으로 경기가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수출 시장에서 주력 업종들이 문제가 생길 경우, 경기 침체로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금리 인하로 인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황 박사님, 지금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심각해지면서, 조금 있으면 위험할 정도로 금리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상황인 것 같은데,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변동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언제쯤 시기를 예상하십니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단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더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이고, 연준의 기준금리는 5.25%에서 5.5%입니다. 상단 기준으로 봤을 때 기준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 정도 되는 거죠.
이렇게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치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얘기가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서둘러 예를 들어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하해버리면, 지금 사상 최대치로 벌어져 있는 2% 역전 폭이 더 넓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여기에 대해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사실 가계부채 문제입니다. 금리가 낮아졌을 때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조금 안정세를 보이는 집값이 다시 거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여러 가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불안, 우려 사항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더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먼저 내리고 나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를 지켜본 이후에, 빠르면 올해 11월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내년 1분기 정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임규채 실장님도 동의하십니까? 가계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언제쯤 할지, 어느 정도 폭으로 할지 어떻게 보시는지요?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의 목표는 물가 안정입니다. 제가 진단하기로는 2017년부터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장기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는데,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이와 연동되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이 기조를 유지했던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반드시 낮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우리나라 물가가 2%대 후반 정도를 3~4개월 정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 물가라고 해서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진단할 수는 없고,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가 2%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2%대 전후로 낮아져야 하는데, 아직도 거기에 도달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그리고 금리를 내릴 경우, 현재 주택시장에서 고금리 때문에 주택 수요가 떨어지는 성향이 있습니다. 금리가 조금만 인하되어도 주택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생기는 가계 부담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황 박사님, 금리 인하 시기에 부동산 시장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단 부동산 시장은 금리와 밀접한 관계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이 거래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대출을 끼고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 대출은 반드시 이자 상환 부담을 동반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부동산 시장은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시차가 조금 존재하죠. 금리가 높아진다고 해서 바로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이 넘어옵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조금 활성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금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 어떠냐 하면, 아주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까 황 박사님이 말씀하셨다시피, 부동산은 거래 가격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자율이나 이런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가격에 대해 굉장히 비탄력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 수요와 투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가격에 대해서는 비탄력적이지만, 금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부동산의 주요 수요층인 30대, 40대가 소득 수준이 떨어지거나 이들의 주택 수요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실장님 보시기에는 우리 지역 부동산이 지금 상황보다 활성화될까요?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지역은 사실 수도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요층이 현저하게 감소한 대구 지역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대구시장은 공급 과잉과 주요 수요층 감소로 인해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부동산은 그렇다 하더라도, 황 박사님, 자본시장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자본시장은 전국적이고, 전 세계적인 규모인데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단 기본적으로 금리 인하는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금융회사가 주식시장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봤을 때 금리 인하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항상 금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한 상태에서 금리만 인하되었다면,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금리 인하와 더불어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경기침체는 결국 기업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영업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두 가지 상충하는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과거 경험을 살펴보면, 경기침체가 금리 인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보통 경기침체 시기에 금리 인하가 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기침체로 인한 주가 하락 압력을 금리 인하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느냐 하면, 일정 부분 완화할 수는 있었지만 그 충격을 완전히 상쇄시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입니다.
따라서 9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지 않겠느냐고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기침체가 금리 인하와 같이 나타날 경우, 주가가 상승하기보다는 오히려 주가 조정기로 이어지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것을 고려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임규채 실장님?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사실 주식시장이거든요. 그런데 주식시장의 특징이 최근에 어떻게 바뀌었냐 하면, 주식시장은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 주식시장이 경기 선행지표보다는 투자 자금들이 수시로 여러 가지 정책적 요인이나 사회 문화적 요인에 의해 진입했다가 퇴거하는 것을 빠른 속도로 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그러니까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부동산은 안 되고 주식시장도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는 예금으로 투자의 방향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저는 임규채 실장님 말씀에서 경기침체가 느껴집니다. 안정적인 투자를 권한다는 상황 자체가, 예금에 묶어둔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상당 부분 위험 신호가 들어왔다는 얘기인데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 부각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가가 강한 상승 흐름으로 바뀔 가능성보다는 조정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금 방어적인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이 될 것입니다. 경기침체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위험 자산의 비중을 다소 축소하고 안전 자산의 비중을 조금 넓히는 쪽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