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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70년대 수준 동물원 환경···동물이니까 괜찮아?

안 가본 사람 손? 대구 '달성공원'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인근, 도심 한가운데에 달성공원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동물원이 있는데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유모차 탄 아이까지, 대구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안 가본 사람 찾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달성공원일 겁니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쉬고, 산책하는 어른들, 친구와 선생님들 손 잡고 아장아장 뛰노는 풍경이 떠오르는 곳입니다.

그런 달성공원이 최근 뉴스에 자주 나왔습니다.

8월 초에는 달성공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50살 복동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8월 중순에는 침팬지 루디와 알렉스가 사육장에서 탈출했죠.

알렉스는 스스로 사육장을 들어갔지만, 루디는 마취총을 맞고 포획됐다가 상태가 나빠져 결국 죽었습니다.

이날의 일은 단순 소동으로 끝나지 않고 동물원 환경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렸습니다.



동물들은 괜찮은 걸까?
사람들이 자주 오르는 코스대로 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동물은 얼룩말입니다.

지금 달성공원에 가면 얼룩말 한 마리가 있는데요.

얼룩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데 혼자 있고 생활 공간도 좁은 편입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난봄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새로보다 환경이 나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언제든 탈출 사태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루디'를 보내고 혼자 남은 침팬지 알렉스도 마찬가집니다.

침팬지 또한 단독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혼자 남아서 그런지 취재진이 갔을 때도 바닥 한편에 늘어져 있었습니다.

제보받은 영상도 그랬고요.

침팬지는 수직으로 그러니까 천장이 높아야 하는데 달성공원은 낮아서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곰이나 사자도 마찬가지.

낮잠을 자거나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책이나 영상으로 동물들을 보며 동물원을 찾은 아이들은 동물원을 찾은 소감을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엄태윤 김유찬(초등학교 1학년) "동물들이 잠만 자고 뒹굴 만해서 슬퍼요. 계속 누워있고 문 안에서 안 나오고 있어서 불쌍하고 아파 보여요."



동물 특성이 고려 안 된 환경
낡은 시설보다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이 문제로 꼽힙니다.

코끼리는 한자리에 서서 왔다 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인 지 오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 전시장에서 청금강 앵무는 자해해 몸통 털이 다 뽑혔습니다.

얼룩말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단독 생활하고, 안전을 위해 섬처럼 만들어진 야외 방사장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침팬지 사건 이후 동물원을 찾았던 동물보호 활동가는 달성공원 환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동물권 행동 '카라' 최인수 활동가 "안전상의 문제로 그렇게 해놓은 건 이해가 가는데 그렇게 하려면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공간도 좁기 때문에 굉장히 외딴섬 같은 구조가 됐고 안에 행동 풍부화를 위한 여러 가지 도구나 이런 것들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사자, 호랑이들 전부 하루 종일 자고 있었거든요. 낮이 주로 그 동물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인 것을 감안해도 그냥 잠을 자는 모습이 아니라 무기력한 모습으로 봐야 하는 게 맞고요…"



대구대공원 이전은 언제?
대구 도심 한 가운데에 달성공원 동물원이 들어선 건 1970년입니다.

그동안 낡은 시설 문제가 자주 지적됐지만 문화재인 달성 토성 안에 있어 보수 외에 개발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동물원이 처음 생겼던 1970년대와 50년이 지난 지금, 동물원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시설과 환경은 그대로인 거죠.

3년 전 대구시는 2022년까지 수성구 삼덕동 일대에 대구대공원을 조성해 지금보다 더 넓게 동물원을 이전한다고 밝혔습니다.

계획 발표 당시 준공 시기를 이미 1년이나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습니다.

대구대공원은 대구도시공사가 주체가 돼 개발을 추진하는데요.

현재 사업 예정 부지 매입이 80%가량 끝나 올 연말 착공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준공은 2027년으로 예정한다고 합니다.

빨라도 4년 뒤인데 2022년, 2023년, 2025년으로 여러 차례 늦어진 만큼 확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달성공원 측은 사육사와 관계자들이 정성껏 동물들을 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전할 예정이라 어떤 변화도 없다면, 동물들은 적어도 4년을 지금처럼 있어야 한다면, 죽지 않는 이상 그대로 견디라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이전만 보며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예산을 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임미연 더불어민주당 동물보호특위 위원장 "시에서 돈(예산)을 좀 더 하셔야 하겠고요. 동물 쪽 전문가들에게 자문도 좀 구하시고요. 우리가 동물들 데려올 때 안 물어봤죠. 이런 데서 살래 물으면, 안 산다고 했겠죠? 사람이면 못 삽니다. 동물이 말도 못 하니까 그냥 들어와서 말 그대로 갇혀서 평생을 사는 건데 그럼 있는 동안만이라도 우리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민들에게는 친숙한 휴식 공간이자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한 달성공원이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공간이 되지 않도록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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