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학원이 대규모 할인 행사로 회원을 모은 뒤 돌연 휴업을 통보하고 잠적했습니다.
며칠 전 보도해드렸는데요.
대구 지점에만 회원 수가 300명 가까이 되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월급까지 떼인 직원도 십여 명입니다.
이 사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취재기자와 이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이른바 먹튀인데, 문 닫은 게 일주일쯤 됐죠?
◀기자▶
3월 22일, 대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처음엔 2주만 쉬는 거라고 하더니 며칠 뒤 경영악화로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환불은 안 된다고 문자로 통보했습니다.
미리 낸 수강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에 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학원에 수강료를 내고 등록된 회원만 280여 명이고 피해 금액은 억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먹튀는 먹튀인데, 본사가 처음부터 계획한 '먹튀'라고 의심하고 있다고요?
◀기자▶
학원이 지난 연말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1~2년 장기회원을 대규모 모집한 뒤 이런 일이 터졌다는 겁니다.
당시 3개월 할부만 된다고 해서 회원들 대부분이 150회, 200회 회원권을 3개월 할부로 결제했는데 문을 닫은 지금이 딱 할부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겁니다.
카드 결제를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겁니다.
취재 결과 할인행사를 하던 때 이미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는 수개월째 밀린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들은 본사 대표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프랜차이즈 학원은 전국에 20여 개 지점이 있는데 폐업과 휴업이 속출하고 있어서 피해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필라테스라면 회원, 또 강사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월급까지 떼인 직원이 대구점에만 19명입니다.
두 달 전 그만뒀지만 아직도 돈을 못 받은 경우부터 2022년부터 임금이 밀린 사람, 휴업 직전 취직해서 일주일 치를 떼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제받을 길이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본사는 필라테스 강사뿐만 아니라 학원에 상주하는 점장과 매니저와도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협약서를 썼습니다.
학원이 정한 장소에서 짜주는 일정에 따라 일하는데도 '프리랜서'로 강사와 계약했고 점장님과 매니저는 업무를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서에도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않는다고도 적시해놨는데,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 자신이 근로자가 아닌 줄 몰랐다는 직원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 분들, 체불 임금을 받으려면 각자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노동청을 상대로 자신의 근로자성을 입증해서 체불임금 신고를 하거나 개별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임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 대구점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대구와 울산, 부산 등 12개 지점에 80명이 넘습니다.
체불 규모는 2억 원이 넘는데, 피해자들은 본사가 강사의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해서 피해를 늘려왔다고 주장합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체불이 발생해서 강사가 그만두면 체불 상태를 방치하고 새로운 강사를 뽑고, 또 임금을 체불하고 이렇게 운영해왔다고 했습니다.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을 받자고 변호사를 고용하고 소송까지 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본사가 알고 악용했을 거라고 겁니다.
피해자들은 노동청을 상대로 함께 근로자성을 입증하고,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도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