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공중보건의 차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9일도 공보의와 군의관 235명을 수도권 병원으로 추가 파견했는데요.
공보의 의존도가 높은 농어촌 의료 취약지역의 진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농촌 마을에 자리한 면 단위 보건지소.
할머니들이 농사일을 제쳐두고 일찌감치 지소를 찾았습니다.
공중보건의 진료를 보기 위해섭니다.
◀현장음▶
"여기 살 속에도 전부 이렇게···"
병원과 약국이 없는 농어촌 보건지소는 의약분업 예외 지역으로 공보의 진료 후처방과 약 조제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전옥선(79) 보건지소 이용 주민▶
"여기 괜찮잖아요. 차 안 타도 내가 오고 싶으면 오면 돼요. 의성(읍) 가서 차 놓쳐 버리면 차 시간이 안 맞으면 계속 서서 있어야 하지. 몸살 난다 갔다 오면···"
◀김위숙(77) 보건지소 이용 주민▶
"선생님들이 참 착하게 잘 해주지요. 잘 봐주시니까 친절하시고 하니까 자주 와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는 물론 독감 등 각종 예방 접종과 코로나 19 대응까지, 농촌 의료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보건지소.
그런데 지난봄부터 보건지소의 진료 일수가 부쩍 줄었습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들의 수도권 파견이 계속되면서, 보건지소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 겁니다.
경북은 9월 현재 기준, 전국 파견 공보의 150여 명 가운데 가장 많은 29명을 농촌 현장에서 빼내 수도권 등으로 보냈습니다.
남은 198명의 공보의가 24개 시군 보건소와 216개 보건지소, 30여 개 공공의료기관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공보의 한 명당 두 곳 이상, 많게는 네 곳까지 보건지소를 담당하게 돼, 지소에선 주 5일 진료가 불가해졌습니다.
◀농촌지역 보건소 공무원▶
"보건소 같은 경우에는 특히 응급은 아니지만 주민의 건강을 보살피는 최일선 기관입니다. 당뇨라든지 고지혈증, 대사성 질환, 이런 질환들을 관리··· 안 그래도 공보의가 감소 추세에 있는데 애로점이 많습니다"
당장 9월 말 시작되는 독감 예방 접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거동 불편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 의료 돌봄 사업은 진행할 여력도 없습니다.
공보의 의존도가 높은 농촌지역에 주민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는 겁니다.
◀임미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
"2~3일씩 순환 근무를 해야 하니 보건지소를 갔다가 돌아가는 노인들이 많이 생기는 거고, 이거야말로 지역의 주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농촌은 가뜩이나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인데 이곳의 공보의 인력을 빼가서 급한 불을 끄겠다고 하는 이런 주먹구구식 의료정책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느냐"
수도권 대형 병원의 의료대란이 농어촌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 공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