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치미술'은 특정한 실내나 야외 등에 장치를 두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현대 미술 장르입니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됐는데요, '설치미술'이란 개념조차 낯설었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출신 1세대 설치미술가가 있습니다.
그가 평생 일궈낸 작업을 보여주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이상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관람객을 전시실로 안내하는 초록색 카펫 양쪽으로 통닭구이처럼 보이는 조형물 21점이 줄지어 있습니다.
카펫 통로의 끝에는 한 남성이 불상에 기대어 쓰러져있는 모습의 형상이 있는데, 관람객이 남성의 발을 만지면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15년 3월에 작업한 '2015-3'은 작가가 '피에타'로 부르는 작품으로 인류의 화합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영진 설치미술 작가▶
"종교적 대립, 남녀의 대립 이런 갈등들을 서로 융합,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대칭을, 대칭이 서로 상대적인 것이 아니고,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상대라는 얘기거든요."
벽면에 걸린 사진과 테이블에 담긴 수십 점의 석고 조각들.
작가의 신체 부분이 맞닿아 생기는 공간에 석고를 부어 굳힌 상태를 사진으로 남긴 뒤 몸에서 떼어낸 석고 조각을 담았습니다.
신체와 사진 이미자, 3차원 조각을 연결하는 실험적 작품으로, 1970년대 아직 개념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설치 미술로의 확장을 시도한 작가의 초기작품입니다.
50여 년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으로 설치미술의 영역을 확장해 온 작가는 지금도 끊임없이 미술의 새로운 출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영진 설치미술 작가▶
"이 껍데기의 표면만 갖고 작업이 된 게 아닌가 싶어서 그 본질을 한 번 들어가 보고 싶고, 근본을 알고 싶고, 사물 자체에도 이치가 있거든요, 그 이치에 본질적으로 한 번 들어가 보는 게 다음을 찾는 얘기 같기도 하고."
전시회에는 오브제와 비디오,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의 관계를 과감하게 실험한 작품 60여 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 2021년부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해 온 지역 작가들을 선정해 개인전, 학술 행사, 아카이브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설치미술가로 77세가 된 지금까지도 내용, 형식의 한계와 기존 틀에 따른 제한을 거부하며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김영진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9월 1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계속됩니다.
MBC 뉴스 이상원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