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폭력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봉화 단위농협 5선 조합장이 최근 직장 내 갑질로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농협 직원들은 조합장 가족의 식당 서빙 일을 돕는 것도 모자라 조합장 개인 밭일에도 수시로 동원됐다고 증언합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2년 5월, 한 남성이 사과밭 한쪽에 쌓아둔 퇴비 더미에 천막을 덮고 있습니다.
이 밭의 주인은 지역 농협 5선 조합장, 천막 작업 중인 사진 속 남성은 해당 농협의 직원이었습니다.
◀목격 주민▶
"태풍 오기 전에 (거름을) 천막으로 덮어야 하는 작업을 (농협) 직원 두 사람을 동원해서 근무 시간 내에 (일하는 걸 목격했어요)"
조합장의 이른바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근무 시간과 주말에도 수시로 조합장 개인 밭과 조합장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적인 일을 대신 해줬다고 직원들은 증언합니다.
◀00 농협 전 직원▶
"(조합장 가족) 식당에 손님들 오면 여직원들이 올라가서 서빙도 보고 어떤 직원들은 과수원에 가서 약도 쳐주고 고추밭에 약도 치고···"
◀00농협 전 직원▶
"조합장이 경제 상무를 통해서 '직원 몇 명을 차출하라', '자기 밭에 일하는 노동자를 새벽에 태워 와라, 그리고 퇴근할 때 태워 가라'"
해당 농협 직원 대부분이 적어도 1년에 2번은 조합장의 사적인 일에 동원됐고, 전체 기간만 해도 10년은 넘는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조합장이 그동안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던 이유는 단위농협에서 조합장이 가지는 강력한 인사권 때문이었습니다.
◀00 농협 전 직원▶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무실 분위기상 조합장 말은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인 거죠."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가 최근 제보를 받고 해당 농협에 징계 요구를 한 뒤에야 조합장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해당 조합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본인도 조합원으로서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봉화 00 농협 조합장▶
"조금이라도 직원들이 불편했다면 죄송하고 이제 절대 조금이라도 직원들한테 부담 가는 거는 안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에 대해 지역 조합원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는 조합장이 직무 정지가 되고도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조합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는 한편, 그동안 조합장의 갑질을 묵인한 농협 이사들에 대해서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채민주 위원장 조합장 성추행 의혹 공동대책위▶
"농협 이사들 또한 조합장의 부당행위를 견제해야 할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합장의 사적인 일터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조합장의 갑질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했기 때문에···"
한편 해당 조합장의 조합원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그래픽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