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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50여 년 만의 극적인 상봉

◀앵커▶
50여 년 전 대구의 한 아동 보호 시설에 맡겨졌다가 덴마크로 입양된 남성이 가족을 찾으려고 대구를 방문했다는 소식, 지난 5월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기적이 이 입양인에게 안겨졌습니다.

50여 년 만의 가족 상봉 장면을 단독으로 만나보시겠습니다.

권윤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5월 가족을 찾으려고 대구에 왔던 덴마크 입양인 57살 제릭 박 비스가드 씨가 두 달여 만에 다시 동대구역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스가드 씨가 다시 대구에 온 이유는 누나와 형, 여동생을 찾았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누나와 형은 기억에도 흐릿한 동생을 한 번에 알아보고는 왈칵 눈물을 쏟아냅니다.

50여 년 만의 재회.

◀박의교 제릭 박 비스가드의 형▶
"나도 첫눈에 보는 순간에 똑같다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나하고 젊었을 때 사진을 비교해 보면 거의 같아요."

비스가드 씨의 한국명도 밝혀졌습니다.

입양 기관 기록에는 '박상조'로 나와 있었지만 부모가 지어준 진짜 이름은 '박상교'입니다.

◀제릭 박 비스가드 덴마크 입양인(1967년생)▶
"성공했어요. 한국에 여러 차례 오고,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엔 해냈어요."

이들의 만남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비스가드 씨가 가족을 찾기 위해 1988년부터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등 백방 노력했지만, 얻을 수 없었던 정보를 2024년 4월에서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양 기관의 한 직원이 비스가드 씨의 사망한 친부 이름과 주소를 이메일로 슬쩍 알려준 겁니다.

그래서 지난 5월 친부의 주소지인 대구 남구로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헛걸음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형제·자매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헤어진 가족 찾기 신청만 하고 덴마크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비스가드 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구청이 서로 도와 비스가드 씨의 형제로 추정되는 이에게 연락했고, 그 결과 이번 만남이 성사된 겁니다.

◀비스가드 씨의 누나▶
"너무 북받쳐 올라와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가··· 이런 기적적인 일도 있나 싶고, 너무너무 처음에는 너무 그랬어요."

언어가 달라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맞잡은 손의 온기와 눈빛만으로도 전해지는 형제애.

'동생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외롭게 살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형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동생을 그리워했다고 전해줬습니다.

◀박의교 제릭 박 비스가드의 형▶
"한국의 제도가 바뀌었으면 일찍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볼 수 있었는데, (1988년) 얘가 (한국에) 찾아왔을 때 아버지가 살아 계셨었거든요. 계셨는데 너무 정보를 안 주니까 그렇게 못 찾은 거··· "

많은 정황과 기억이 일치해 가족임을 확신하고 있지만, 비스가드 씨와 형은 현재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6·25전쟁 이후 해외 입양인은 22만 명.

지금도 수많은 입양인이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정보의 부족, 입양 기관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그것도 현행법상 친부모와 연결만 가능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점점 고인이 되는 부모가 많아지면서 혈육 찾기 범위를 형제자매로도 넓혀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권윤수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권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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