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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경북 산불 피해…"농촌이 끝장났다"

김경철 기자 입력 2025-03-31 17:55:00 수정 2025-03-31 18:35:10 조회수 1

◀앵커▶
산불 이재민에 대한 본격적인 피해 조사도 시작됐습니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본 경북 북부지역은 농업 기반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지방소멸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옷 한 벌, 숟가락 하나 가지고 나오지 못한 채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들이 아침부터 달려간 곳은 면사무소였습니다.

◀문주석 안동시 길안면 주민▶ 
"사과밭 전체가 2만 5천 평 다 탔고요. 집도 완전히 전소되고, 신발도 하나 못 건져 오고 그냥 나왔어요. 9년 차 귀농 꿈 많은 사람인데, 진짜 노력 열심히 했거든요."

타고, 무너지고, 사라진 것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 기록해보지만, 끝도 없습니다.

◀서창교 안동시 길안면 주민▶ 
"실제 그 안에 자잘한 것들이 비싸잖아요. 그런 것들을 못 들고나왔으니까 억울하지 않게 피해 조사를 해 줬으면 싶은 거죠."

피해 신고 접수와 함께 현장 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김병욱 안동시 임동면 주민▶ 
"저기 양옥집 지어놨는데 요새 지으려고 하면 최하 2억 원은 들어야 하는데, 집만 해도 그런데… 정부에서 뭐 어떻게 (지원해) 주려는지 그게 문제지… "

하지만 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이 전소됐을 경우에도 보상금은 최대 3천6백만 원에 불과하고, 작은 농기계들은 아예 보상을 받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유명훈 안동시 임동면 주민▶ 
"농사짓는 사람이 농기계 트랙터하고, 경운기 말고 다른 건 숫자가 더 많은데, 더 필요한 건데, 그걸 (보상) 못 해준다고 하면 말이 안 되죠."

이번 산불로 인한 경북의 농작물 피해는 현재까지 1천5백여 헥타르로 집계됐는데, 아직 피해 신고가 접수 중인 만큼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농업이 무너지고, 마을이 사라지면서 경북 북부지역의 소멸은 더욱 앞당겨질 거란 암울한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 안동 고천리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소멸위기에 직면한 마을이 이번 산불로 초토화되며, 소멸시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걱정하는 거는 농촌이 소멸 위기가 아니라, 농촌이 그냥 끝장이 났다. 더 이상 살 수 없는 마을이 많이 생기죠. 마을 전체가 아예 공동화되는 이런 마을들도 아마 이번에 조사해 보면 많이 나올 겁니다. 그게 소멸 아니겠습니까?"

전문가들은 재배면적 기준으로 돼 있는 현 보상제도를 현실성 있게 개편하고, 피해 마을엔 공동 주거시설과 공동 영농법인을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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