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가을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사상 첫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무더운 한가위를 보내야 했습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가을 추'가 아닌 '여름 하'를 써서 '하석(夏石)'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부터 추석을 양력 10월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추석 후 주말에 전국적으로 내린 비가 가을에 어울리도록 계절 시계를 돌려놨지만, 극심한 기후 변화가 체감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 토크ON은 기후 위기 속 계절 전망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함께하실 패널을 소개합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예, 안녕하십니까.
[김상호 사회자]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안녕하십니까.
[김상호 사회자]
에어컨을 아직도 끄기가 힘든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9월 전력 수요가 한여름 수준이었다고도 합니다. 먼저 올해 대구·경북 기상이 여름철 기후 특성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두 분께 말씀을 짧게 듣고, 구체적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먼저 함동주 청장님께 올해 대구·경북 기상의 특징이랄까요. 어떤 게 있는지 정리를 좀 해 주시죠.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올 여름철은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고요. 또한 장마철에는 집중호우가 있었으며, 장마가 끝난 7월 하순 이후부터는 적은 강수가 특징이었습니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장기간 따뜻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동안 강한 햇볕이 지속되었습니다. 대구·경북 올 여름철 평균 기온은 25.6도로 평년보다 2도가 높았고, 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또한, 폭염일수는 28.7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으며, 평년보다 2배가 높았습니다. 또한 열대야 일수도 14.2일로 평년 8.9일보다 많았고,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여름철 평균 강수량은 487mm로 평년 600mm보다는 적었지만, 강수량의 82%가 장마철에 집중되었고 시간당 70mm가 넘는 매우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따라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장마 기간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교수님, 우리 지역이 원래 더운 걸로 유명한 지역 아니겠습니까? 올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가 다 같이 겪은 기상 상황에 비해서, 우리 대구·경북 지역의 특징적인 내용이 따로 있을지요.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대구·경북이 혹서, 혹한의 도시. 분지 지역이니까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마는, 올해 나타난 기후 특성을 보면 올해만의 문제는 아닌데, 사실은 요즘 동쪽 지역보다는 서쪽 지역에서 폭염 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그래서 우리보다는 광주 쪽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이런 특성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2012년에 우연의 일치겠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앞으로 한 30년, 또 장기적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해 갈까 하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도 그렇고 일본 기상청도 그렇고, 똑같이 앞으로 여름철 기온은 동쪽보다는 서쪽 지역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쪽 지역 중에 유일하게 대구의 경우에는 서쪽 못지않게 매우 여름이 악화하는 것으로, 그런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보고서 내용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올해는 모두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가을 ‘추(秋)’ 자를 쓴 추석이 아니라 여름 ‘하(夏)’ 자를 쓴 하석이라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가위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청장님,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겁니까?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올해 9월 중순, 즉 추석이 있는 시기까지도 우리나라 부근 상층에 티베트 고기압이 위치해 있었고요. 또 중·하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위치하면서 맑은 날씨에 일사가 강했고, 또한 우리나라 남쪽 먼 해상에 태풍이 위치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한반도로 유입시키면서 무더운 날씨와 열대야가 지속되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올해만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이런 티베트 고기압이 강해지는 양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이런 얘기합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우리가 지구과학 공부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학교 다니면서 티베트 고기압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느냐? 없거든요. 그래서 이게 이제 기후 변화의 상징이다.
그리고 올해 제가 6월에 우리나라 여름 날씨가 어떻게 될까 이런 전망을 했었는데, 가을장마가 매우 심각하고 가을 태풍이 많이 올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그 전망이 사실은 어긋난 거죠.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결국 티베트 고기압의 활동을 제가 과소평가한 것이 원인이 있거든요.
그만큼 과거에는 우리 여름 기후 하면 북태평양 고기압만 교과서에서 소개하듯이,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그 얘기만 했는데, 요즘은 보면 태풍 진로라든가, 그렇죠, 우리나라 여름 폭염이라든가 이 모든 곳에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이 아주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는 한 번쯤 등장하는 감초 역할이 아니고 그냥 고정 출연자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가을장마와 함께 태풍이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보면 9월에 태풍이 중국으로 이렇게 35도 위로 올라간 적은 극히 찾아볼 수 없는 사례거든요. 그것도 이제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죠.
[김상호 사회자]
일각에서는 이런 얘기도 합니다. 추석을 기후 변화 현실에 맞게 고려해서 양력 10월로 옮기자, 이런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그런데 사실은 작년도 그렇고 그전에도 그렇고 추석이 너무 덥다는 얘기는 우리 입에서 많이 나왔고 이미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나라는 한 4월 하순부터 10월 말, 11월 초까지는 기상학적 여름으로 접어들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 특별히 추석이 더웠을 뿐이지, 추석이 기후학적으로 볼 때 가을을 맞이하는 가을 ‘추(秋)’ 자와 저녁 ‘석(夕)’ 자를 쓰지 않습니까? 가을의 저녁이라는 의미는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래도 이 폭염이 꺾인 게 지난 주말 갑자기 폭우가 내리면서였습니다. 그런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창원과 김해에 내린 이번 비가 200년 만에 내릴 법한 호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하도 ‘100년만’, ‘200년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냥 수식어처럼 들리는데, 이게 어느 정도의 폭우였는지, 사실은 많이 왔다는 정도에서 나아가는 생각이 잘 안 드는데 이번 비가 어느 정도였고, 그다음에 폭염 직후에 갑자기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이유는 어떤 게 있나요?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100년만’, ‘200년만’의 기록적인 호우라고 얘기하는데, 보통 우리가 평상시에 1시간 단위로 강수량을 보면 많이 온다고 해도 30mm 정도, 50mm 정도거든요. 그런데 이번 창원의 경우 1시간 최대 강수량이 109mm였고, 김해의 경우는 81mm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체험하지 못한 비가 내린 것이죠.
기상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중국 상해 부근으로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열대저압부와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로 수증기가 강하게 유입되었습니다. 또한 강하게 유입된 수증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충돌해 정체 전선이 형성되었고, 그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 현상은 결과적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한반도 주변 폭염으로 인해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기온 상승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아까 100년 만의 빈도, 200년 만의 폭우 이런 얘기하셨는데, 이게 그러면 200년 전에 이 정도 비가 오고 지금 200년이 지나서 비가 왔느냐 하면 그런 뜻은 전혀 아니고,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이 정도의 비가 쏟아지는 것은 200년에 한 번 정도나 발생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다, 이런 의미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기후 위기 문제로 인해 200년 정도의 빈도는 사실 명함도 못 내밀고, 어떤 경우는 1만 년 빈도에 해당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매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쏟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설마 이런 쪽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겠어?" 하는 현상도 마구 생기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고려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 200년 만에 내린 폭우라고 해서 또 200년이 지나야 올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내년이 되면 이것보다 더 강력한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생각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시간당 50mm만 돼도, 이게 비가 많이 온다는 정도가 아니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정도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내린 비는 81mm, 109mm면 정말 무서운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위험 발생이 확실히 예상되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이 정도 비가 안 오더라도 사실은 호우 긴급재난 문자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것이고, 일반적인 안전 재난 문자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그다음에 시행하시고 나니까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말씀을 많이 들으시는지 궁금합니다.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내린 호우로 인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상청에서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재난 문자를 발송하는 서비스입니다. 발송 기준은 1시간 강수량이 50mm, 3시간 강수량이 90mm가 동시에 만족하면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됩니다. 또한 대피 시간을 위한 선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1시간 강수량이 72mm에 도달해도 재난 문자가 발송됩니다.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은 관측 장비가 위치해 있는 읍, 면, 동 단위로 발송되며, 다른 안내 문자와 다른 점은 긴급한 호우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40데시벨의 알람 소리와 함께 문자가 발송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7월 8일 새벽, 안동 옥동과 남산면에 호우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되었을 때 한 주민이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주변에 혼자 사시는 청각장애인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기상청에서 발송되는 호우 긴급재난 문자를 받으시면, 위험한 곳은 피하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를 바랍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올해에 언론을 통해 나온 새로운 용어 중에 '송곳 폭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정말 좁은 지역에만 물을 퍼붓듯이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원주에서 그런 폭우가 내려서 한 언론사 기자가 찍은 사진이 아주 화제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기상학적으로 보면, 그렇게 규모가 작은 현상일수록 만들어지고 사라질 때까지 시간이 대단히 짧습니다. 요즘은 대기 불안정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봄, 가을에 내리는 비 같은 경우에는 24시간 전에 예보해도 사람들이 감동할 정도로 시간과 강수량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데, 여름철에 아주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구름이 형성되고 나서야 기상청이 "저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내릴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짧은 20~30분 전에 문자를 보내는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상청 예보관들의 능력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기후 위기 문제로 인해 인간의 힘으로 시간을 두고 예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우 긴급재난 문자가 아니면 시민들에게 그런 위험을 알릴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기상청이 예보를 하니 중계만 한다고 비난하기보다는, 기상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