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도군 조형물 특혜 의혹 속보 전해드리겠습니다.
경북 청도군이 특정 종교 작가에게 3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5년 전 전남 신안군도 같은 작가에게 19억 원을 주고 조형물을 구입했습니다.
두 지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반면, 같은 작가가 또 다른 곳에서 수십억 원대 사업을 추진하다 제지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차이가 생긴 건지 한태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강원도 영월군 강변 저류지 2구역입니다.
영월군은 2014년 6만 8천여 ㎡ 터에 '한민족역사조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공원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논란의 최 모 작가가 나타났습니다.
최 작가는 기업 두 군데로부터 10억 원을 기부받았다며 영월군이 20억 원을 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강명호, 손경희 당시 영월군의원 2명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영월군이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의 세부 내용을 의회에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강명호 전 영월군의원▶
"기업에 10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증빙서를 요구했는데 그 증빙서는 개인 기업 보호와 개인 정보 차원에서 제공을 못 한다고 했고요. 그러면 (기부 명세) 통장 사본이라도 보여달라고 했을 때 그것도 역시 (영월군이) 제시를 못 했던 부분입니다."
작가 한 명에게 2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은 특혜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강명호 전 영월군의원▶
"기업이 지원한 10억 원을 제외하고도 20억 원이면 영월군 재원 상태에서 이게 결코 작지 않은 재원인데, 그걸 한 작가에게 그렇게 몰아줘야 하나요?"
결국 의회의 문제 제기로 사업은 무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혈세 낭비를 막은 두 의원은 영월군수와 다른 당이거나 무소속이었습니다.
경북 청도군과 전남 신안군의 경우는 어떨까?
청도군의원 7명 가운데 6명은 김하수 청도군수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1명은 무소속입니다.
2019년 신안군의회 역시 9명의 군의원 가운데 8명이 신안군수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1명만 무소속이었습니다.
사실상 1당 1색으로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손경희 전 영월군 의원▶
"(의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좀 살펴보고 했으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강명호 전 영월군 의원▶
"아무래도 제왕적 단체장이 할 때 막지 못하는 것이 이런 폐단을 계속 일으키는 그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데도 청도군의회에서는 무소속 이승민 의원만 공개로 사과했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이승민 청도군의원(무소속) (2024년 2월8일)▶
"청도군정에 대해 감시와 감독을 명확하게 하지 못해 청도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그 점에 깊이 반성합니다."
자치단체장과 집행부의 독단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장우현, 한보욱, 윤종희, 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