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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의 수상한 통장 "공무원 로비에 사용"

윤영균 기자 입력 2021-10-07 20:30:00 조회수 0

◀앵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벤처 업체들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받은 수억 원을 관리 감독 기관인 대구시 승인 없이 마음대로 썼다는 소식, 얼마 전 보도해 드렸었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비자금 통장을 운영한 의혹도 추가로 나왔습니다.

이 통장에 든 돈으로 당시 공무원 로비나 관이 주도한 행사 비용으로 처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누가 의문의 통장을 썼고,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지, 윤영균 기자가 자세히 전하겠습니다.

◀윤영균 기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사우회 회장 명의의 통장 사본입니다.

그런데 사우회 통장이라기엔 수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정부 기관 고위 관계자의 축의금, 부조금 등에 지출됐다는 내용 등이 통장 곳곳에 메모나 수기로 적혀있습니다.

2013년 3월 21일에는 당시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던 김대권 수성구청장 요청으로 현금 30만 원을 인출한다는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유관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과 사무관 이름으로 서울에서 열렸던 뮤지컬 티켓 넉 장 값이 지급됐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당시 디지털산업진흥원의 팀장인 A 씨가 쓴 신용카드 영수증도 여러 장 보입니다.

지금은 대구시교육청 강은희 교육감의 보좌진인 A 씨는 노래방 등지에서 자기 카드로 10~60만 원까지 결제하고 그 금액만큼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아 간 것으로 나옵니다.

영수증 중 하나에는 강은희 교육감이 대표이사였던 회사에 접대했다는 메모도 적혀 있습니다.

디지털산업진흥원 측은 사우회 통장이었다면서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김유현 원장▶/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2013년도인가 그때 제가 경영실로 발령을 받으면서 그때 통장이 사우회(통장)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거로 알고 있었고요."

이 통장에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6백만 원이 넘게 입금됐습니다.

그런데 입금자는 다름아닌 디지털산업진흥원 건물에서 자판기를 운영하던 업체였습니다.

◀인터뷰▶당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위탁 건물 자판기 운영업체 관계자
"사우회로, 계약서에는 사우회로 되어 있었고요. 사우회 통장이 여직원 명의로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지급됐다가 사우회 통장이 (다른 계좌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쪽으로 (수익금이) 지급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산업진흥원 내부 관계자는 이처럼 자판기 수익금으로 비자금 통장을 만든 뒤 쌈짓돈처럼 사용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대구 디지털산업진흥원 직원(재연)
"(통장) 내역은 사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부분 공무원 로비나 관제 행사 이런 비용들, 이런 걸 처리하는 부분들이고.. 이거(자판기 수익금 통장)를 사우회 통장으로 둔갑을 시킨 겁니다"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당사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
"아니 그 사람(메모를 쓴 사람)이 그렇게 다 써놓으면 (적힌 사람이) 다 책임져야 합니까?"

◀인터뷰▶당시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과 사무관
"이 뮤지컬 '투란도트'라는 공연은 대구시가 행사를 진행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원부서이고 하니까 아마 그런(유관기관 초청) 뜻에서 (티켓 구매)한 거 같은데 저는 간 적이 없고 티켓 수령도 안 했고 그런 상황입니다"

◀인터뷰▶대구시교육청 교육감 보좌진 A 씨
"취재진:'내가 오늘 이런 업무 때문에 뭐 활동비가 필요한데, 뭐 서울 가는데 이만큼 (돈을) 찾아 달라 내가 쓰겠다, 영수증 첨부하겠다' 이런 언급을 하신 적은 전혀 없으시다는 거죠?

A 씨:네 그렇죠. 저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혹을 덮기에 급급한 디지털산업진흥원의 무책임한 모습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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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novirusy@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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