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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의 말 한 마디에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온갖 갑질에 시달리는 경비원들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경비원 인권 조례까지 생겼지만,
현실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기분 나쁘다며
입주민이 항의한다는 이유로
해고된 한 경비원의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END▶
◀VCR▶
아파트 경비원 김오현 씨는
3주 전, 해고됐습니다.
일하는 3년 동안 억울하게 시말서를
쓰는 일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이게 해고 사유가 됐습니다.
한번은 신고 없이 버려 놓은 폐기물
주인을 찾다 시말서를 썼습니다.
입주민 중 한 명이 왜 자신을 의심하느냐며
길길이 날뛰며 항의했기 때문입니다.
◀INT▶김 씨/ 전 아파트 경비원
"(관리)소장한테 가서 책상을 치고 강력하게
항의를 한 모양이에요. '경비원이 왜 우리 집을 의심하느냐, 우리는 아니라는데',
'이래도 되느냐' 하면서
'경비원 교육을 잘못시켰다'..."
또 한번은 갓길에 주차된 차를
옮겨달라고 했다가 시말서를 썼고,
입주민을 찾아온 외부 차량을 확인하다가
시말서를 써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모두 입주민이 기분 나쁘다며 항의한 탓입니다.
주민 안전을 위해 갓길 주차를 단속하고
외부인 출입을 관리하는 건 김 씨가 맡은
십수 가지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INT▶김 씨/ 전 아파트 경비원
"제가 맨 처음에는 '이런 거로 (시말서를)
쓰기는 좀 곤란합니다'라고 하니까...
일단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써야 된대요.
경비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시말서를
써야 된대요."
시말서를 쓸 때마다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싫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김 씨는 6개월, 3개월 단위로 용역회사와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하는 초단기 계약직입니다.
◀INT▶김 씨/ 전 아파트 경비원
"저 사람(입주인)이 '경비원 바꿔라'고
한 거예요. (관리소장까지) 사람 바꾸라고
하니까, 용역회사도 다음 계약을
하기 위해서라도 소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되는 거예요. 말 한마디에 너무 쉽게
해고되고 이건 너무 부당하다는 거예요."
관리소 측은 좋게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김 씨가 매번 말썽을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INT▶○○○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민원이 많이 걸렸어요.
민원이 많이 걸리다 보니까 관리하는 입장에서 용역업체에 그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어쨌든 말썽 생기면 안 되잖아요."
김 씨는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입주민이면,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자르라'고 쉽게 요구할 수 있고,
실제로 그 한마디에 밥벌이를 잃게 되는
현실이 너무나 부당하다고 했습니다.
'경비원 주제에'라는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법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INT▶김 씨/ 전 아파트 경비원
"순간적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든다,
저 사람 내보내라, 말 한마디에 결정이
되는 거예요. 법적으로라도 재발 방지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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