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21년 영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애초 알려진 것보다 학대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경북의 심리치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피해 아동들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21년 4월 영주 한 어린이집 교실.
교사가 우유를 먹는 여자아이의 정수리를 붙잡고, 우유갑을 뺏어 들어 입으로 들이밉니다.
아이가 먹기 싫다며 몸부림치자, 아이 머리를 손바닥으로 한 차례 폭행합니다.
아이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지만 스스로 우유를 먹을 때까지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이보다 일주일 전, 이번에는 한 남자아이가 의자에 앉아 실수로 소변을 보자, 아이를 일으켜 세운 뒤 양손으로 머리를 4차례 때립니다.
아이가 때리는 힘에 밀려 휘청거려도 아랑곳 않습니다.
해당 교사가 2021년 3월부터 5월 사이 저지른 학대 행위는 법원에서 인정된 게 74차례.
자신이 가르치던 만 5세 반 아동 11명 중 10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학대 교사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됐지만 마음의 상처는 1년 반이 지나도 여전합니다.
◀김00 학대 피해 아동 엄마▶
"치료사 선생님께서 그 아이가 그 당시에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발달돼야 할 정서적인 발달들이 당시에 지체되어서 늦게 발달이 되다 보니까···"
◀오00 학대 피해 아동 엄마▶
"지금도 저희 애는 토마토 먹다가도 선생님이 토마토 먹다가 나 못 먹는다고 때렸어, 어떻게 나를 때렸어, 화장실에 가뒀어, 이런 부분들을 계속 얘기하더라고요."
피해 아동 중 한 명은 경상북도가 권역별로 위탁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초기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른 사설 치료기관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00 학대 피해 아동 엄마▶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아이고 치료사가 고정적으로 있어야 하는 아이인데 그거에 대해서 아무래도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렇게 맞춰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하려면 국가 공인 자격을 갖춘 임상심리사가 꼭 필요한데, 유독 경북에선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북 아동보호전문기관 4곳 중 임상임리사는 구미에 한 명, 경주에 두 명뿐, 경북 북부를 관할하는 센터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박정환 경북 북부 아동보호전문기관장▶
"임상 치료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게 권장 사항이긴 한데, 사실상 이 월급으로 누가 임상심리사로 오겠어요. 이 지역이 아무도 안 오죠. 사실 채용이 어렵죠."
◀이정하 경상북도 여성아동정책관 팀장▶
"향후 사업의 수요, 치료 여건, 접근성 등을 고려해서 거점 심리지원팀 확대, 추가뿐 아니라 심리치료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근 피해 아동 보호자들은 학대 정황이 추가로 담긴 어린이집 CCTV 화면을 확보했는데, 180여 건의 추가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과 영주시청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입니다.
관리 책임이 인정돼 함께 기소됐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추가 고발을 검토 중입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