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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종부세 폐지 수순?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정부는 6월 16일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여러 정책 방향을 내놨습니다. 여러 규제를 재정비하고 일자리를 확대하겠다, 공적 연금과 노동시장,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 고령화와 저출산, 기후 위기와 지방 소멸에 대한 대응에도 나서겠다고 밝혔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 추진하겠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통합 이전이라도 세 부담 완화 조치를 실시하겠습니다"

"내년에 100% 인상될 예정인 공정시장 가액 비율을 현 수준인 95%로 동결하고···"

-2021년 12월 23일 윤석열 당시 후보 페이스북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에는 종부세 완화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3억 원의 특별공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1가구 1주택자는 기존에는 공시지가 11억 원(실제 사고파는 가격인 실거래가로는 16억 원 안팎)이 넘을 경우에 내던 종부세를 앞으로는 공시지가 14억 원이 넘어야 내게 됩니다. 또한 '공정시장 가액 비율'이라는 것을 100%에서 60%로 낮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공정시장 가액이라는 게 만약에 10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과표가 10억 원, 즉 10억 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는 게 맞는 건데, 공정시장 가액 비율을 60%로 한다면 10억 원짜리 아파트지만 6억 원짜리 아파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조세 체계의 가장 핵심은 실질 과세 원칙인데, 10억이면 10억이고 5억이면 5억 원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저는 종부세를 낮추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만약 종부세를 낮춰야 한다면 공정시장 가액이라는 기묘한 정책이 아니라 차라리 세율을 낮추는 것이 맞죠. 종부세를 몇 퍼센트를 부과할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세율을 조정해야지 이렇게 과표를 조정하는 것은 조세 체계가 굉장히 엉망이 되는, 조악한 방법입니다. 특히 시장원리의 핵심은 가격인데 시장 가격이 아닌 정부가 가격을 임의대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반시장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럴 경우 2022년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 중 1세대 1주택자는 21만 4천 명에서 12만 1천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종부세 과세금액은 4,2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71% 정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추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종합부동산세, 즉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해 과세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종부세가 앞으로 더 완화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는 거죠. 단지 "비싼(그리고 앞으로 더 비싸질 것 같은) 집에 사는 2% 정도 되는 부자들은 좋겠네"로 끝나는 문제일까요? 종부세는 왜 거두고 어디에 쓰이고 있는 세금일까요?


세금은 어떻게 거둬서 어디로 가나?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비자 없이 미등록 상태로 일하고 있는 한 남성이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빵 하나를 사 먹었다면, '불법 체류자'인 그 남성 역시 빵값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백 원 정도를 이미 부가가치세로 낸 겁니다. 편의점 역시 빵을 천 원에 팔고 부가가치세 백 원을 빼면 9백 원 정도를 받은 거니 여기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금도 내야겠죠. 이렇게 걷은 세금들은 어디로 갈까요? 대구 성서공단에서 빵의 판매가 이뤄졌으니 달서구청으로 갈까요, 아니면 대구시청으로 갈까요?

일단 이 세금들은 중앙정부에 먼저 모입니다.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이렇게 모인 소득세의 80%를 제외한 20% 정도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로 다시 내려갑니다. 이를 '교부세'라고 하죠. 20%를 1/n로 나누는 건 아니고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 더 많이, 재정 상태가 괜찮은 곳은 적게 내려갑니다. (이런 8대 2의 구조를 7대 3이나 6대 4, 나아가 5대 5로 바꾸자는 것이 지방 분권, 지방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모든 세금이 20%만 각 지자체에 내려가는 건 아닙니다. 담배에 포함된 개별소비세의 경우는 45%가 교부세로 쓰이고 종합부동산세, 즉 종부세는 100%가 각 지자체에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담배의 개별소비세 45%는 소방안전 교부세, 종부세는 부동산 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쓰입니다.

거둘 때는 종부세, 나눠줄 때는 부동산 교부세

종부세법은 종부세를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부과함으로써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 재정의 균형 발전과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종부세는 모두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특별자치시·도 등 228개 지자체의 일반재원인 부동산 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다시 말해 일부의 사람들에게서 종부세를 거둬 전국 지자체에 부동산 교부세라는 이름으로 나눠준다는 뜻이죠.

이 부동산 교부세는 각 지자체에 어떻게 나눠질까요? 크게 4가지 기준이 있는데 가장 큰 비중은 '재정력 역지수'입니다. 재정력이 낙후되고 사회복지 수요가 더 많을수록 더 많은 금액이 배분되는 건데, 쉽게 말해 비싼 집을 가진 부자에게서 거둔 세금을 가난한 동네에 투입해서 전체적인 균형을 조금이나마 맞춘다는 의도인 겁니다.

부동산 교부세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은?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 기초 및 특별자치시·도에 배분된 부동산 교부세는 3조 3,790억 원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59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장흥군, 전남 함평군이 2위와 3위였습니다. 대구 남구는 193억 원으로 8위에 올랐습니다. 부동산 교부세액이 가장 적었던 곳은 경기 과천시로 59억 원, 세종특별자치시와 경기 하남시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어떤 지역은 자체적으로 거두는 지방세 수입보다 부동산 교부세액이 더 많은 곳도 있습니다. 경북 울릉군은 지방세 수입은 62억이지만 부동산 교부세는 두 배가 넘는 125억 원입니다. 경북 영양군 역시 지방세로는 108억을 걷지만 부동산 교부세는 165억 원을 받습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지방세 수입이 부동산 교부세액보다 더 적은 지자체는 7곳이나 됩니다.

다른 지자체라고 해서 부동산 교부세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은 아닙니다. 대구 중구의 경우 2020년 총수입은 4,118억 원이었는데 이 중 부동산 교부세는 132억 원으로 3.2%를 차지했습니다. 전국 지자체 중 부동산 교부세가 총수입의 3%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2020년 기준 23곳입니다. 전국 지자체의 10%를 넘는 겁니다. 경북 울릉군을 비롯해 다섯 곳은 4%대였고, 부산 중구와 전남 함평군은 5%대였습니다.

부동산 교부세는 주민 1명에게 얼마 정도씩 '혜택'이 돌아갈까요? 부동산 교부세액을 해당 지역 인구수로 나눠봤더니 경북 울릉군 주민 한 명에게 135만 원이 돌아갔습니다. 경북 영양군은 987만 원, 경북 군위군은 667만 원이었습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민 1명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만 원 정도였습니다. 여기서도 비싼 집에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거둔 세금이 주로 '가난한 동네'에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부세를 모두 지방세로 전환한다면?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2021년 11월 14일 윤석열 당시 후보 페이스북

종부세를 아예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20년에 거둔 종부세 3조 9천억 원 가운데 61.57%인 2조 4천억 원이 서울시를 주소지로 하는 주민에게 부과됐습니다. 이 금액이 그대로 서울시의 수입이 되겠죠? 나라살림연구소에서 계산해 봤더니 서울의 지방세 수입은 이보다 조금 더 많은 2조 743억 원 정도 늘어나지만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수입이 줄어들게 됩니다. 전남이 3,258억 원으로 가장 많이 줄고, 경북은 2,342억 원, 대구도 656억 원이 감소합니다. 경북 울릉군처럼 부동산 교부세가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심각한 서울-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겠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울 강남구민이 2020년에 낸 종부세는 8,721억 원입니다. 강남구의 세입액이 1조 6,814억 원이니까 이 금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죠. 종부세가 재산세로 전환된다면 이 금액은 강남구의 수입이 될 텐데요, 강남구는 지금도 세수입이 지나치게 많아서 세금을 거두고도 못 쓴 돈, 그러니까 순세계 잉여금이 2020년 한 해에만 3,451억 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강남구는 지금도 돈이 남아도는데 (서울시와의 공동세 과세 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종부세가 재산세로 통합된다면 현재 수입의 절반 정도가 더 생기게 되는 거고, 다른 지자체는 돈이 부족해 정상적인 재정 지출이 어려워지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종부세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지방 소멸' 가속화"

결국 종부세를 폐지해 재산세와 통합한다는 것은 부동산 교부세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부 억울하게 종부세를 내는 국민'이 있다면 그 역시 살펴야 하겠지만 '지방 소멸'의 시대에 지자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교부세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면 '지방 소멸'은 더 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더구나 정부가 이번 '경제 정책 방향'에서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백번 양보해 '저성장 극복'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성장-복지 선순환'이라는 목표,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방향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는 건 아닐까요?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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