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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산불 난 곳에 심은 나무, 80% 이상 죽어"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복구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치열한데요, 최근 산림청에서 2021년에 산불이 났던 안동 산불 피해지역에 인공조림한 나무가 고사한 일이 벌어져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심은 나무의 80% 이상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산불이 난 피해지역을 어떻게 복원하면 좋을지, 가로수시민연대 대표인 최진우 박사를 만나봤습니다.

"여기는 작년 2월에 산불이 난 안동인데요. 올해 나무를 다시 심었는데요. 열 그루 중에 아홉 그루는 죽었거나 무참하게 나무를 베고 심고 베고 심고 짧은 주기에 맞춰서 자연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임업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Q. 2021년 산불 피해 지역인 안동시 임동면 상황은?
멀리서 보면 산불이 난 이 모습이 약간 녹색으로 쫙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마치 산불이 언제 났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는데, 저희가 4월 말에 한 번 이 장소에 왔었을 때는 한창 나무를 심고 있었어요. 불탄 나무를 걷어내고 토양을 다 긁어낸 이후에 나무를 심고 있었는데 오늘 와보니까 심어놓은 나무는 거의 죽어 있고, 다시 바닥에서 많은 풀과 나무들이 싹이 올라와서 이곳이 새롭게 생명이 복원되어 가는 과정도 보는 두 가지의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애써서 많은 돈을 들여 심은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되게 안타깝기도 하면서 자연에 기반해서 땅에서 살아나고 있는 그 생명의 힘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명에 대한 경의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고사한 묘목 피해 정도는?
줄 맞춰서 심었는데 어떤 데는 거의 열 그루 중에 아홉 그루는 죽었거나 거의 다 죽은 데도 있었고요. 평균적으로 한 80% 이상은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나무가 이 길가나 산 윗부분은 거의 키가 2.5m나 되는 큰 나무를 심었어요. 그러니까 묘목치고는 큰 나무였죠. 이 나무가 지주목을 세우고 심었는데 그 나무들도 거의 80% 이상 죽었고 아래쪽에 경사가 급한 지역은 한 0.5m 되는 작은 나무를 막대기를 꽂아 놓고 심었는데 그 나무들도 80% 이상 죽었습니다. 이거는 조림 사업을 한 임업계 입장에서도 조림 실패의 현장입니다.

Q. 묘목이 고사한 이유는?
그게 참 애석한 상황인 것 같아요. 일단은 나무를 심었으면 그 나무가 그나마 이 생태계에서 좀 제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또 애써서 많은 예산이 들고 많은 분이 또 노력을 해서 심었으면 잘 자라야 하는데 지금 나무들이 거의 죽었어요. 특히 자작나무는 척박한 지역에서도 잘 사는 거로 알려졌는데, 그런데 아마 이 조건이 산불이 난 이후에 나무를 베어내고 긁어내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이 토양의 상당한 양분이 유실되었고, 특히 표토가 상당 부분 쓸려 내려갔을 수밖에 없어요.

거의 맨땅과 같은 곳에서 나무를 심고 키우려면 물이 되게 부족하거든요? 수분 스트레스에 되게 힘들었을 거고, 양분도 부족한 가운데 토양 미생물이 없고 그나마 원래 있던 식물들은 이 부족한 수분과 토양 영양분 속에서도 다시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견디기 능력이 좋다고 하는 자작나무가 이 환경에 견딜 수 없었던 거죠.

Q. 산불 피해 지역 인공조림 문제점은?
가장 큰 문제점은 인공조림을 한다는 그 전제는 불에 탄 나무, 이렇게 아주 죽었거나 또는 약간 불에 그슬린 나무들을 다 베어내는 거거든요? 그러면 베어낼 때 요즘 도끼 들고 와서 베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중장비가 들어와서 쓰러진 나무를 운반하고 베어내는 과정 속에서 이 나무만 베어지는 게 아니고 큰 나무 아래에 있는 작은 나무, 풀, 다 송두리째 손실되는 거고, 그 와중에 뿌리가 뽑히고 또는 나무를 쓸어내는 과정에서 이 토양이, 표토가 다 유실됩니다.

이 표토의 유실은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이 산림 지역에 축적되었던 유기물이 손실되는 것이고, 사실 그게 이 산림 생태계에서의 생산량,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거든요? 그리고 그 속에는 많은 토양 미생물이 살고 있고, 또 토양에 탄소가 또 축적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다 손실되고 맨땅이 드러난 상태에서 한 번 또 비가 오면 더 많은 토양과 표토가 유실되고 산사태나 여러 가지 또 이차적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그런 것이 가장 큰 우려가 됩니다.

Q. 자연 복원이 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던데?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에 여러 가지 어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자연 복원과 인공조림을 거의 한 반반, 51대 49로 결정을 해서 산림 지역을 복구를 했었는데, 자연 복원 지역은 당연히 토양 기반이 살아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자연 복원 지역도 토양 유실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일정 정도 있지만 인공조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는 거죠. 그래서 토양이 어느 정도 살아 있고 토양 속에 잠재워진, 숨어 있는 싹들 땅속에 줄기, 뿌리들이 있기 때문에 이 움싹 재생 능력이 커서 20년 동안 이 자연 복원에 따른 생태적인 복원의 속도가 엄청 높았다고 이미 연구 결과로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Q. 산림청이 인공조림 주장하는 이유는?
산림청의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연구원에서도 인공조림에 비해 자연 복원이 생태계 복원에 대한 효과는 더 높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자연 복원에 기반해서 산림 복구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태계 입장에서는 산의 주인이 자연이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산의 주인이 누군가에게 있는 거잖아요?

또 산을 기반으로 한 그 지역에 또 경제와 사회가 있기 때문에 산주의 입장, 그 지역 사회의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저 산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온전히 자연 복원력에만 믿고 따를 수는 없다,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나무를 심어서 경제림 육성이나 또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경제적인 순환을 도모해 볼 수 있다는 그런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 복원이 아닌 인공조림을 더 우위에 두고자 하는 그런 기존의 산림청의 관성 또는 임업계의 요구가 좀 크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Q. 인공조림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큰가?
경제성이라는 게 돈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돈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세금으로 보조금으로 많은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그 돈을 누가 가지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러면 과연 그 돈이 그 산의 주인인 산주 또는 산을 매개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 지역사회에 어떻게 골고루 윤택하게 돌아가느냐가 중요한 건데, 실제 확인을 해 보니까 그 경제성의 맥락은 사실상 산불이 난 지역을 불탄 나무를 베어내고 운반하고 이 밑 작업을 다 하고, 또 조림을 한 다음에 한 5년 동안 풀베기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지 심은 나무가 자랄 수가 있거든요?

그 5년 동안 들이는 공적 자금 세금이 2천만 원입니다. 1헥타르에 이 돈은 소위 말해서 조림을 하고 풀베기를 하고 숲 가꾸기를 하고 임도 조성, 관리를 하는 여러 산림조합과 산림 업체가 먹고 지내는 비용에 충당되는 거지, 실제 산을 소유하고 있는 산주 또는 임업에 종사하는 임업인, 산을 매개로 하는 그 지역사회에 이 낙수 효과는 거의 크지 않은 거죠. 그래서 그들의 경제성과 진짜 경제성은 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Q. 산불 피해 지역의 올바른 복원 방식은?
당장 여기만 보더라도 불에 탄 나무를 처리한다고 벌목을 하고 토양을 다 긁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속에 내재화된 자연의 힘에 의해서 막 싹이 올라가는 과정을 보고 있거든요? 엄청나게 경이로운 과정인데 조림은 실패했어요.

돈을 들여서 한 조림은 이 시점에서도 조림 실패를 인정하고 더 이상 이 나무를 새로 심고, 새로 심은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 또 옆에 있는 나무를 잘라내는 것은 정말로 이제 좀 우둔한, 멍청한, 바보 같은 그런 시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서도 자연이 스스로 복원해 나가려고 하는 과정에 우리가 기대를 하고 산을 더 좀 풍족하고 풍요롭게 가야 하는데 이게 현실 사회에서는 그게 돈이 안 되는 거잖아요? 돈이 되려면 뭔가 사업을 하고 조성을 하고 활발하게 거래가 되어야지만 이게 경제가 돌아간다고 그렇게 간주를 하는 거잖아요.

그냥 자연이 스스로 복원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우리가 지불하지 않잖아요? 그러면 자연이 스스로 자기 몸에 맞게끔 좋아지는 이 가치에 대해서 우리가 돈을 지불할 수만 있다면 훨씬 그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참하게 나무를 베고 심고 베고 심고 짧은 주기에 맞춰서 자연을 이렇게 착취하는 방식으로 임업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좀 생태적인 관점의, 숲을 더 좋게 하는 관점에서의 일을 하는 임업으로 지금 전환하는 것에 돈을 쓴다면 훨씬 더 그 돈이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국토 산림이 더 발전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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