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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낙동강 녹조, 이대로 괜찮은가?

칠곡보 상류 낙동강 해평지점과 강정고령보 상류에 2022년 처음으로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졌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상수원 구간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7km 상류 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6월 13일 2만 8,762셀로 조류경보 관심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일주일 전인 7일 1,710셀보다 16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조류경보 관심 단계는 2회 연속 남조류 세포 수가 밀리리터 당 1,000셀 이상인 경우에 발령됩니다.

역시 상수원 구간인 칠곡보 상류 해평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도 6월 13일 밀리리터당 1,409셀로 7일 1,301셀에 이어 2회 연속 천 셀을 넘으면서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습니다.


1년 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조류경보 내려졌지만···

특히 강정고령보 상류 구간이 심각합니다.

1년 전인 2021년 6월 17일 강정고령보 상류 같은 지점의 유해 남조류 수는 1,598셀로 한 주 전의 4,499셀에 이어 2회 연속 천 셀을 넘기며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졌습니다.

2022년은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진 시기가 2021년과 비슷하지만 수치는 훨씬 높고 상황도 매우 심각합니다.

2022년 6월 13일 유해 남조류 수는 2만 8천 762셀로, 2021년 6월 11일 유해 남조류 수 4,499셀보다 약 5.4배가 늘어났습니다.

또한 2021년 6월 17일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될 때는 전주보다 유해 남조류 수가 줄었지만 올해 6월 13일은 전주보다 무려 16배나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측정 때 유해 남조류 수가 지금처럼 만 셀을 넘어서면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2019년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이후 3년 만에 다시 발령됩니다.


강정고령보 녹조 독성, WHO 기준으로는 물놀이도 할 수 없는 수준

녹조는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요?

낙동강의 녹조는 독성물질을 생성하는 유해 남조류가 급격히 번식하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해 남조류가 만드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물과 매우 친한 독성물질로 급성의 경우 몸살과 감기, 복통, 구토를 일으킵니다.

만성의 경우는 간 염증과 간 비대, 간암, 폐와 신경계, 생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섭씨 300도 이상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물을 끓여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WHO는 음용수는 3일까지 단기의 경우 1리터에 12μg(마이크로그램)까지 허용합니다. 30일 이상 장기의 경우 1리터에 1μg(마이크로그램)까지 허용하며 레저의 경우는 1리터에 24μg까지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EPA의 음용수 기준치는 아동의 경우 1리터에 0.3μg(마이크로그램), 성인은 1리터에 1.6μg(마이크로그램)입니다. 레저의 경우는 1리터에 8μg까지 허용됩니다.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법정 검사 항목에 포함시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2021년 7월 28일부터 8월11일까지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가져온 물을 다섯 번에 걸쳐 검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평균 1리터에 141.13μg(마이크로그램)이 검출돼 WHO 레저 기준치를 약 6배를 웃돌았습니다.

2021년 8월 4일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이 1리터에 238.01μg(마이크로그램)이 나와 WHO(세계보건기구) 레저 기준치의 약 10배를 넘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강정고령보 상류 지점은 물놀이를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낙동강 녹조 물로 재배한 농작물, 기준치 초과 독성물질 검출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농작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여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이상길 교수 연구팀에게 맡겨 진행한 조사에서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춧잎과 무 등에서 기준치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입니다.

해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다수 보고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검출된 것은 처음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가이드라인을 사람 몸무게 1kg당 하루 0.04μg으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습니다.

낙동강 녹조로 키운 상추에서 검출된 kg 당 67.9μg을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하면 상품으로 유통되는 6g 상춧잎 한 장에 대략 0.4074μg(1g에 0.0679μg)이 축적된 꼴입니다.

이는 몸무게 30kg 초등학생이 하루 상춧잎 3장만 먹어도 WHO 가이드라인(1.2μg)을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몸무게 60kg 성인의 경우 6장이면 가이드라인(2.4μg)을 넘습니다.

정부, 작물 내 녹조 독소 축적 부정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해외 연구 사례와 다르게 작물 내 녹조 독소 축적을 부정해 왔습니다.

2016년 환경부는 '녹조,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소책자에서 "유해 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용수의 이송과 저류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도 '유해 남조류(녹조)가 포함된 농업용수의 안전성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농수로 등에서 남세균 독성이 감소해 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실제로는 WHO 가이드라인 넘는 수치의 독성물질 검출"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성물질은 햇볕과 물이 공급되는 논이나 밭 토양은 물론 농수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 2021년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 주변 농수로에서는 녹조로 가득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남세균 독소가 지하수로 유입되면 독성이 분해되지 않고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부경대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벼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시스템 없이 축적만 된다면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2022년 3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인근에서 쌀을 구매해 분석한 결과, 1㎏당 2.53~3.1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몸무게 60kg 성인의 경우 WHO 가이드라인인 2.4μg를 넘는 수치입니다.

쌀이 우리의 주식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성인이 하루에 300g의 쌀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매일 0.945㎍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게 되는 셈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프랑스의 생식 독성 기준의 15.9배를 초과하는 수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됩니다. 단순히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금강 하굿둑 등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20년 서울 가락시장 품목별 출하 지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깻잎 7%, 당근 19.5%, 부추 20%, 수박 11.2%, 양상추 34.6% 등이 낙동강 권역인 경남지역에서 출하됐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낙동강 본류 물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통계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환경단체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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