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낭을 짊어지고 등반하는 걸 '백패킹'이라고 하죠.
여기에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을 붙인 말이 '그린 백패킹', 환경 보호 활동과 함께 산을 오르는 활동인데요.
기후 위기로 인해 금강소나무가 집단 고사한 백두대간 현장을 찾아, 기후위기 대응책을 고민하는 청년 '그린 백패커'들을 김서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김서현▶
(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일대.
형광색 조끼를 맞춰 입은 20, 30대 청년 스무명 남짓이 수풀을 헤치며 산길을 오릅니다.
해발 800m 지점, 우람한 몸체를 자랑하던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앙상하게 말라 죽어 있습니다.
◀서재철 전문위원▶ / 녹색연합
"눈이 적게 내린다데다 따뜻해지니까 햇볕이 비추면 어때요? 증발산이 빨리 되지. 얘(금강소나무)들 먹을 게 없어지는 거지."
땅을 움켜쥘 힘도 없어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청년들은 충격을 금치 못합니다.
◀인터뷰▶남혜미(34·회사원) / 인천
"소나무를 생각하면 항상 푸르고 곧게 뻗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서 쓰러진 나무를 보니까 '(기후위기가) 우리 삶까지 다가왔다' 그래서 안타깝고..."
줄자를 가져와 죽은 금강소나무의 높이를 재보기도 하고, 고사 원인을 파악하려 연구기관에 보낼 토양을 파내 담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문 연구원이 아니라, 주말에 짬을 내 기후위기 현장을 찾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인터뷰▶안예나(36·일러스트레이터) / 제주
"제주도민으로서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육지 깊은 곳까지 동시에 고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뷰▶조항진(31·회사원) / 인천
"환경에 대해서 좀 더 많이 고민하게 됐고요. 실생활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라든지 그런 작은 부분도 실천해보려고 하고."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2018년부터 백두대간의 기후위기로 인한 침엽수림 고사 현장을 시민이 직접 체험하는 '그린 백패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백산과 지리산, 금강소나무숲까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고사목의 위치나 토양 등 기초적인 데이터를 수집해보는 일종의 '시민과학' 활동인 겁니다.
◀인터뷰▶서재철 전문위원 / 녹색연합
"정부와 민간, 모두가 협력해서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민과학,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요."
기후위기를 거창한 의제가 아니라, 당장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시도가 청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편집 최재훈, 영상제공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