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이주노동자가 제조업체 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임금 포기 각서까지 강요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퇴직금을 달라고 노동청에 신고했더니 벌어진 일이라는데요.
해당 사장은 폭행과 협박 등은 없었다고 했고, 경찰은 CCTV를 확보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손은민 기자▶
다세대주택 건물에서 한 남성이 나옵니다.
뒤이어 두 명이 가방을 멘 남성의 팔을 잡고 데려 나옵니다.
길목에 다다르자 주변을 살피더니 가방을 멘 남성의 뒷덜미를 잡고 에워싸 데려갑니다.
지난 16일 아침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렇게 끌려간 사람은 스리랑카 출신의 30대 이주노동자 A 씨.
A 씨는 지난해 7년간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면서 떼인 퇴직금 1,100만 원을 받게 해달라고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그 후 보복이 두려워 전화번호를 바꾸고 집도 옮겼는데 사장이 찾아내 들이닥친 겁니다.
A 씨는 사장과 함께 온 직원들이 자신을 집에 가두고 협박해서 체불임금 포기 각서에 강제로 지장을 찍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A 씨/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로 내) 손 잡아 사인했어요. 내가 '사장님 나 죽이면 안돼요' '스리랑카 보내요' '나 돈 필요없어' 이렇게 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는 차에 태워 일하던 공장으로 끌고 갔고 거기서 폭행과 협박이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인터뷰▶A 씨/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장님 내가 빗자루 나무 이렇게 하면 여기, 여기 때렸어요. 다음에 빗자루로 여기 때렸어요. 나 아주 무서워요. 잠도 안 와요. 밥도 안 먹어요."
사장은 폭행 현장으로 경찰을 불렀습니다.
미등록 체류자였던 A 씨를 신고한 겁니다.
A 씨는 범죄 피해자였지만 그대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뒤늦게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은 A 씨는 사장과 직원 2명을 폭행과 협박, 상해, 강요, 무단침입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사장은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공장 사장
"저는 진짜 몸에 손 하나 댄 적도 없고 그 친구(A 씨)한테 (퇴직금 안 받는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집으로 찾아간 건 맞지만 폭행은 없었고 각서 역시 A 씨를 설득해 받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확보하고 뒤늦게 수사에 나섰습니다.
시민단체는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미등록 체류자 연행에만 급급한 경찰이 이런 피해를 반복하게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장성태, 장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