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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2천 원짜리 짜장면에 담긴 마음

한때 TV에서 아나운서들은 짜장면을 짜장면 대신 ‘자장면‘이라고 발음해야 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자장면‘만 표준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람은 ‘짜장면‘이라고 발음했고, 2011년이 되어서야 자장면과 함께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됐습니다. 그만큼 짜장면은 사람들, 특히 서민들의 삶과 밀접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짜장면이 서민의 음식이라는 것은 매달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하는 외식비에서도 확인됩니다. 냉면과 비빔밥, 김치찌개백반과 삼겹살, 짜장면과 삼계탕, 칼국수와 김밥 등 모두 8개의 가격을 조사하는데, 2022년 1월 대구의 짜장면 가격은 5,167원입니다. 제일 비싼 삼계탕 가격 14,500원의 35%로 8개 중 7번째입니다. (제일 싼 외식 메뉴는 김밥으로 2,333원입니다)

싸다고는 하더라도 5,167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이 가는 사람들 역시 있겠죠. 대구시청 옆 조그마한 골목 안에는 수십 년째 2천 원에 짜장면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만리장성 김재만 주방장을 만나봤습니다.

“메뉴는 많은데 대표 메뉴가 짜장면, 짬뽕, 우동, 탕수육입니다. 가격은 짜장면 2천 원, 우동·짬뽕 3500원, 탕수육은 7천 원입니다.”

요즘 달걀 가격이 너무 올라 ‘금란‘이 됐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달걀 프라이도 5백 원에 판매합니다. 물론 싸다고 건더기가 부실하거나 맛이 없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죠.

“손님들 많이 지나가는데 ‘짜장면 2천 원짜리가 얼마나 맛있겠나?’ 처음에 그렇게 안 하겠습니까, 손님들이? 그런데 먹어보면 기가 차거든? 맛있고. 고기 많이 들어가지, 감자 많이 들어가지, 구수한 짜장면. 옛날 40년 전통인데 진짜 짜장면이 맛있다고. 입맛에 막 구수한 게 진짜 맛있어요. 그래서 단골이 돼서 오시고 ‘잘 먹고 갑니다’ 하면 얼마나 고맙습니까? 항상 그렇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공개하는 가장 오래된 외식비 자료는 2014년 2월 치입니다. 당시 대구의 짜장면 가격은 4천 원이군요. 짜장면이 2천 원이던 시기는 1990년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김 주방장은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짜장면을 천 원에, 이후 한 번 2천 원으로 올린 뒤 지금까지 이 가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을까요?

“진짜 어릴 때는 저도 진짜 먹을 거 없이 너무 어렵게 자랐습니다. 어렵게 자라고 보니 엄마 아빠 없이 살아가고 기술 배워서 ‘나도 성공하자’ 이런 식으로 해서 ‘집사람 잘 만나서 이렇게 장사를 꾸준히 하면 의외로 잘 풀릴 거다’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한 40년 됐습니다. 장사 한 지는.”

“남는 거 없습니다. 남는 건 없고, 이렇게 먹고살고 집에 자식들이 먹고살고 하고···. 남는 건 없습니다. 싼 이유는 사실 남의 식구 데리고 하면 월급 줘야 하지, 뭐 줘야 하지, 하잖아요. 집사람과 둘이 하니까 그거로 유지를 합니다. 손님은 항상 좋아하시고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하면 항상 저는 고맙죠. 항상 고맙죠.” 

김 주방장은 얼마 전 몸을 다쳐 일주일 정도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안 그래도 외식을 줄이는 판에 가게 문을 일주일이나 닫으면 손님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문을 다시 열자마자 평소처럼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격을) 올릴 생각도 없고요. 집사람도 ‘올리지 말자, 서민들하고 없는 사람들 항상 베풀고 그래서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하자’ 항상 그렇게 애원합니다, 우리 집 사람이.”

자신의 배고픈 어린 시절이 생각나 식당에 오는 손님은 값싸게 배불리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2천 원짜리 짜장면을 만드는 김재만 주방장.

“이천 원은 여기서 장사를 그만할 때까지 할 겁니다. 여기서 안 할 때까지. (손님과) 약속도 했고 해서”

“기억에 남는 거는 손님들이 잡숫고 또 소문도 많이 내잖아요. ‘야, 저기 2천 원짜리 짜장면 한번 먹어보라고’ 그래 가지고 막 손님들을 막 많이 데려와요, 차 가지고. 그럼 얼마나 좋은지 고마운지 모릅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장사가) 좀 덜 된다 봐야죠. 그러나 꾸준히 옵니다, 손님들이. 빨리 먹고 갈 수 있도록 (손님들이) 오래 안 있고 빨리 먹고 가고 오고 참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코로나에 경제 안 좋죠. 참 어렵잖아요. 어려운데 짜장면을 2천 원에 싸게 팔면 서민들이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해주고 싶어요, 항상. ‘잘 먹고 갑니다‘. 하면 항상 고맙고”

“예전에는 (살기가) 참 어렵잖아요. 아주 옛날에는. 중국 사람 일하는 데 가서 일 좀 하고 싶어서···. 참 고생 많았죠. 배달도 가면 늦게 온다고 두들겨 맞아가면서 그렇게 기술을 배웠는데, 아무래도 주인보다는 주방장한테 좀 더 많이 맞았어요. 주인도 주방장 편들죠. 종업원은 (주인이) 때리면 가 버리잖아요. 고생도 엄청 했습니다. 이거 배운다고.”

테이블 여섯 개 있는 이 중국집은 사실 싼 가격보다는 맛집으로 소문났다고 합니다. 옛날 짜장면답게 감자도 듬뿍 들었고 3,500원짜리 짬뽕에는 ‘게’까지 들어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장사할 동안은 더 이상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돈을 더 벌어 좀 더 넓은 자리로 이사하고 싶다는 의외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돈도 없지만 많이 벌어서 좀 넓은 데로 가고 싶어요. 집사람도 말합니다. 항상 (손님들이) 줄 서 있으니까 미안하잖아요, 우리가 미안하고. 얼마나 춥습니까? 아이고 미안해 죽겠어요, 항상. 좀 돈 많이 벌어서 큰 곳으로 넓히고 싶어요. 꿈이고 그게 소원이고.”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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