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3년 7월이었죠.
예천과 영주, 봉화, 문경 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주민 29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상북도가 종합 재난 대응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민관 협력으로 경북형 재난 패턴을 분석해 재난 발생 12시간 전에는 주민을 대피시키는 사전 예보 체계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검은 상여 행렬이 들어옵니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숨진 14명의 영정과 사고 경위가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바로 나흘 전, 제련소 냉각탑 내부를 청소하다가 숨진 노동자 52살 오 모 씨의 사연도 포함됐습니다.
오 씨는 3월 8일 오후 2시쯤, 냉각탑 내부에 쌓인 석고를 제거하다가 석고 덩어리가 머리 위로 떨어져 온몸에 다발성 골절을 입고 병원 이송 중 사망했습니다.
이번에도 숨진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했습니다.
환경단체는 비소중독 사망사고가 난 지 채 석 달도 안 됐다며 영풍 측의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한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장▶
"이 생명을 경시하는 영풍 제련소, 이 문제를 저희가 14년부터 들고 일어서기 시작한 이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2023년 12월 제련소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면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영풍 법인과 대표이사 등 3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입니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난 2002년에도 동일 냉각탑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장형진 실질 사주를 처벌하지 않고는 사고들은 끊임없이 재발할 것입니다"
환경단체는 나아가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석포제련소를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하며 환경부에 영업허가인 통합환경허가 취소를 촉구했습니다.
영풍은 최근 10년간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됐지만, 환경부는 2022년 말, 시설과 공정 개선 등 235개 조건을 걸고 통합환경허가를 내줬습니다.
특히, 직전 비소중독 사고는 환경부가 허가 당시 밀폐를 지시했었던 탱크에서 발생했지만 영풍 측은 이를 "몰랐다"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리·감독 당국이 솜방망이 처벌과 면죄부 허가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