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청도군이 허위 경력 의혹을 받는 특정 작가에게 거액의 조형물 구입에 이어 10억 원이 넘는 조각공원까지 조성하려 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청도군의 또 다른 사업에서도 특정 업체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는 한 업체인데, 서로 다른 2개의 업체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겁니다.
한태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2023년 여름 청도군은 레일바이크 어린이 놀이시설 터에서 23일 동안 물놀이장을 운영했습니다.
어린이 수영장 5개와 에어바운스 등 놀이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청도군은 놀이시설 대여와 운영 용역을 대구의 한 행사 기획사와 수의 계약했습니다.
수의 계약은 2천만 원까지 가능한데, 장애인 업체는 5천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4,800만 원짜리 수의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계약에 같은 업체 이름이 나타납니다.
물놀이장 천막을 빌린다며 1,780만 원으로 수의 계약한 겁니다.
계약서상 업체 이름은 같지만 하나는 주소지가 대구, 하나는 청도로 돼 있습니다.
업체 대표 이름도 서로 다릅니다.
2023년 11월 청도군의회에서 열린 행정사무 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의혹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김규봉 의원은 각각의 수의 계약을 한 청도와 대구의 두 업체가 같은 곳이 아닌지 따져 물었고, 담당 과장은 "업체 이름만 똑같을 뿐이지, 사업자등록증이라든지 대표자 이름 모두 다르다"라며 문제없다고 답했습니다.
박성곤 의원은 "두 업체 이름이 같은데, 대표자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청도군 담당 과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청도군과 계약한 물놀이시설 대여업체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업체 간판을 찾을 수 없고, 대신 농업법인 간판만 보입니다.
청도군은 서류만 확인할 뿐이라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무슨 문제냐고 되묻습니다.
◀청도군 관계자▶
"사업자 등록증이 예를 들어서 청도에 있다고 한다면 그걸 제가 업체에 가 볼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잖아요. 저는 좀 궁금한 게 있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물놀이장 운영 계약을 맺은 대구의 행사 기획사 홈페이지입니다.
천막을 빌린 청도 지역 업체의 주소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업체로 의심되는 대목이지만 청도군은 추가 조사를 하기보다 다른 회사라고 주장합니다.
◀청도군 관계자▶
"(한 업체에) 나눠서 준 건 아니고요. 저희가 계약 법상에서 봤을 때는 업체가 등록이 자체가 아예 별도의 이름만 같을 뿐이지 별도의 회사입니다."
청도에 있다고 하는 업체는 청도군과 계약하기 한 달 전에 개업해 등록한 신생 업체입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해당 업체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혹시 통화가 가능할까요?"
◀기획사 관계자▶
"아니요. 다시 한번 (대표한테) 말씀드려 볼게요."
같은 회사가 형식상의 두 개 회사로 나눠 쪼개기 수의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안종열 변호사▶
"두 사업체의 실제 운영자가 동일하다면 소위 쪼개기 수의계약으로 지방계약법상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형물 설치 사업 특혜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청도군의 또 다른 사업에서도 예산 집행 과정에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