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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조례도 없이 예산부터 먼저 편성?···홍준표 시장은 왜 '박정희 동상'에 집착하나?

① 예산 먼저 편성···홍 시장은 왜 '박정희 동상'에 집착하나
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례를 제정하기도 전에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속도가 붙은 셈입니다. 조례부터 살펴보면 대구시는 지난 3월 11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4월 1일까지 조례안을 두고 시민 의견을 받았고, 대구시가 입법 예고한 조례안은 4월 22일부터 시작하는 대구시의회 308회 임시회에서 다뤄집니다. 대구시는 보도 자료를 내고 2024년 당초 예산보다 5,237억 원 늘어난 11조 1,109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늘어난 예산 가운데 바로 박정희 동상과 관련한 예산 14억 5천만 원 들어있습니다.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도서관 앞 공원의 이름을 박정희 광장과 공원으로 만들고 거기에 박정희 동상을 각각 만드는 비용인 것입니다.


대구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구만이 가진 역사적 정체성인 박정희 산업화 정신과 2.28 자유 정신을 살려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박정희 공원(대구대표도서관 앞), 박정희 광장(동대구역 광장)을 만들고 각각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14억 5,000만 원을 편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례도 제정하기 전에 예산 편성부터 먼저?
보통은 조례를 만들고 그에 따른 예산을 잡는 게 순서인데, 이번에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동상 건립은 앞뒤가 바뀐 느낌입니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대구 시민과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시의회를 동시에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했습니다. 운동본부는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 사업 조례 입법예고 기간 중 찬성 의견은 하나도 없었고, 반대 의견은 무더기로 접수되었음에도 조례 발의를 강행해 시민 의견을 묵살했다"며 "조례가 가결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부터 편성한 것은 의회마저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내가 발의한 내 법이니까 시의회는 무조건 따라줘··· 너희들은 거수기야. 이러한 독단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운동본부는 4월 22일부터 시작하는 대구시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정희 기념 사업', 전직 대통령 기념 조례와의 차이점은?
다들 동상 건립 추진이 갑작스러운 일이다고 하는데, 시기를 따져보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광주를 다녀온 직후였습니다. 다른 지역의 전직 대통령 기념 조례와 차이점을 살펴보죠. 법제처를 통해 확인되는 조례 중 명칭에 '대통령'을 포함하거나, 개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조례는 17건입니다. 이 중 8건이 기념 사업 조례고, 9건은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과 김대중 평화회의 같은 특정 행사를 지원·관리하는 겁니다.

대구시와 같은 기념 사업 조례는 '강원특별자치도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경상남도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경상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전라남도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까지 4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의 기념 사업 지원을 담은 8건과 비교해 본다면, 대구시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내용이 예외적이고 부실하다는 평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8건 중 5건은 자기 지역에서 출생한 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남과 구미는 조례 목적에 출생을 담진 않았지만, 해당 지역 출생인 김대중,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명칭에 담아, 기념 대상을 지역 출생 대통령으로 특정했습니다. 또한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한 대통령의 업적'이라거나 '한국 근대화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위업' 등 기념해야 할 근거도 명시했습니다.

대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계는?
대구를 흔히 '보수의 심장'이라고 합니다.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고,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에 터전을 잡아서 그런지 '박정희'란 명칭에 친근함을 느끼는 분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을 것입니다. 대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따져본다면 긴밀하게 이어졌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뜻밖에도 인연이 깊진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 출생도 아니고, 대구에 오래 살지도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구미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대구사범학교로 진학하면서 대구와 인연이라면 인연을 맺었습니다. 졸업한 뒤에는 문경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곧장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 대구와 인연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쟁통에 잠시 인연이 있는데, 1950년 육영수 여사와 결혼을 대구의 한 성당에서 하고, 195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구에서 낳은 정도입니다. 군인의 숙명처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다 쿠데타 이후 서울에 정착했습니다.


대구시가 박정희 기념 사업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런 상황이면 조례를 만드는 목적을 밝혀야 하지만,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 사업을 하는 어떠한 이유도 조례에 담지 않고 예산 14억 5천만 원을 들여 동상 등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조례안 목적은 그냥 두루뭉술하게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만 했습니다. 다른 지역을 보면,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는 지역 출생과 관련이 없지만, 마포구에 여럿 산재한 전직 대통령 시설에 집중한 특징이 있습니다. 마포구에는 박정희 기념관, 김대중 도서관, 최규하 가옥 등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물이 있습니다. 각 시설물은 국민 성금과 국가보조금(박정희 기념관), 노벨평화상 상금(김대중 도서관), 본인 직접 건축(최규하 가옥)으로 마련되어서 마포구 의지와 상관없이 조성됐습니다. 직접 예산을 들여 동상까지 만들겠다는 대구와 성격이 처음부터 다릅니다.

홍준표 시장 주장을 살펴보면 광주에 가면 김대중 대통령 기념 사업을 많이 하는데, 대구는 없어서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울 수 있는 기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 곳 가운데 하나인 동대구역 광장은 한 해 1,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오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직 시절일 때 동상 건립을 어떤 취지에서 했는지 봤습니다. 4가지를 봐야 하는데, 장소, 인물, 제작비, 그리고 이념입니다.

박정희 정부 시기 건립한 동상을 보면 공공장소에, 인물은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인물, 제작비는 특정인이 헌납한 경우가 많았고, 계몽과 경제성장이라는 이념을 담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본인의 동상을 건립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본인의 동상을 건립하지 않고 전통적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켜 건립했습니다. 광화문에 자리 잡고 있는 충무공 동상이 대표적입니다.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있는 충무공 동상은 부여된 이념과 장소가 옳았느냐와 또 고증의 문제로 건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오고 있지만 어쨌든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면, 탑동공원의 이승만 동상은 4.19 직후 시민이 끌어내려서 끌고 다녔습니다. 독재 청산을 위해 남산공원에 건립되어 있던 이승만 동상도 철거당했습니다. 다른 나라를 보면 구소련에서는 전역에 세워져 있던 레닌과 스탈린 동상 철거 열풍이 불었고, 중국의 마오쩌둥 동상도 설치와 철거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 박정희 동상 건립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홍준표 시장은 왜 박정희 동상 건립에 이리도 집착하는 것일까요? 이유를 추정해 본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단순히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활용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정희는 전통적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동상을 세웠습니다.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는 앞서 말한 1968년부터 1972년까지 15개 동상을 세웠습니다. 충무공과 세종, 사명대사, 율곡 이이, 원효대사, 김유신, 을지문덕, 유관순, 신사임당, 정몽주, 정약용, 퇴계 이황, 강감찬, 김대건, 윤봉길, 안창호 동상입니다.

지금 홍준표 대구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다른 주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근거랄까, 무기가 미래보다는 과거적인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끄집어 올 과거, 보수정당 대통령 가운데 가지고 올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박근혜, 이명박, 노태우, 전두환을 호출해 봐야 본인한테 손해만 되지 않겠습니까? 김영삼 대통령은 부산·경남 출신이라 본인이 가지고 올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의 원동력은 아마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마지막 대권 도전 기회를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공장소에 동상을 건립하려면 도시민들이 모두 공유하는 어떤 가치, 미래 지향성이 없다면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박정희를 기념하고자 한다면 그가 가진 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동상 건립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나마 남긴 유산에 먹칠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박정희 정신의 1순위는 '개발제한구역(GreenBelt)'이 아닐까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군사 보호구역 해제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데 반대로 이런 박정희 정신을 기념하는 일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② 총선 과정에서도 '장애인 참정권' 침해 나타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 권리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총선에서도 장애인들이 참정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4월 15일 오전 11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16년 맞이 집단 진정 및 지역사회 제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참정권 침해 사례가 20건이나 확인돼 진정이 이뤄졌습니다.

지체장애인 양 모 씨는 사전투표를 위해 만촌2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했지만 승강기가 없어 투표소에 들어가지 못했고, 임시 기표대를 이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 씨는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토로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를 포함해 여러 참정권 침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기표소가 비장애인 체형에 맞춰진 탓에 대구 여러 투표장에서 기표소 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도 있었고, 투표 보조 용구 안내 부족이나 미숙지 등으로 이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선거방송토론회의 수어 통역사 미배치로 토론 내용을 보기 어려웠던 사례, 투표장으로 이동 지원이 되지 않은 사례 등 문제가 있어 이 또한 참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차별 없이 투표할 권리에 대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천용길 뉴스민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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